제21화
고열로 시야는 흐릿해졌으나 청각만은 유난히 예민해져 있었다.
옆 장막에서 희미하게 전해져 오는 억눌린 소리와 여인의 잘게 끊어진 흐느낌, 사내의 낮고 거친 숨소리, 평상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기척...
달군 칼날들이 하나하나 그의 고막과 심장을 베어내는 듯했다.
그는 아랫입술을 악물었고 입안에 쇠 비린내가 퍼졌다. 손톱은 몸 아래의 요에 깊숙이 파고들어 피가 배어 나올 지경이었다.
이원은 뛰쳐나가고 싶었다. 당장 포효하고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온몸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고 고열로 기력이 다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그는 그렇게 붉게 충혈된 눈을 뜬 채 완전히 송유서를 잃었음을 알리는 그 소리를 들었다. 그가 연모한 여인이 다른 사내의 아래에서 기쁨을 나누는 소리를... 하룻밤 내내 지옥의 끓는 기름 가마 속에서 밤새도록 달궈지는 고통이었다.
날이 밝을 무렵, 그 소리는 이미 멎어 있었다.
이원의 눈에 남아 있던 마지막 빛마저 꺼졌고 남은 것은 죽음처럼 고요한 잿빛뿐이었다.
이후 며칠 사이, 이원의 상처는 다소 호전되어 간신히 거동이 가능해졌다.
송유서는 그를 완전히 단념시키겠다고 마음을 굳힌 듯 더는 이원을 피하지 않고 심하진과 함께 드나들었다.
식사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심하진의 앞에 반찬을 놓아주고 그의 입가에 묻은 밥알을 닦아주었다.
심하진은 바람에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고 손을 덥히는 화로를 그녀의 손바닥에 쥐여 주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눈빛마다 녹아내릴 수 없을 만큼 짙은 정이 담겨 있었다.
그 모든 장면은 독침처럼 이원의 눈과 마음에 박혔다.
이원은 수없이 검자루에 손을 얹었고 살의가 가슴속에서 들끓어 당장이라도 심하진을 난도질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송유서의 시선이 담담히 그를 스쳐 갔다.
그 눈빛은 고요했으나 말 없는 경고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그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어느 날, 심하진이 홀로 군영을 살피던 때 이원은 그를 인적 드문 곳에서 막아섰고 검은 이미 반 치쯤 뽑혀 있었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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