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장
단정우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난 그 신선함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고 그동안 서예, 그림, 음악 같은 다른 재능들을 익혀 왔어요.”
‘와, 그 여자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산다고?’
솔직히 말해서 강하나는 그 여자가 조금 부러워졌다. 지금까지 그녀를 이 정도로 좋아해 주고 이토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너무 멀리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 그녀에게 한결같이 헌신해 준 남자조차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도 꽤 처량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작은 공원 근처에 가까워지자 어디선가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멀지 않은 쉼터에서 나고 있었다.
단정우는 이곳이 익숙한 듯 말했다.
“우리 먼저 저기로 가 봐요.”
두 사람이 쉼터 정자 근처에 다다르자 바둑판이 놓인 탁자 주변으로 어르신들이 몰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사이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한 사람이 바로 양현호였다.
그는 매우 우아한 인상이었다. 가늘고 길게 올라간 눈매는 젊었을 적의 수려한 외모를 짐작하게 했고 잘 관리된 몸매는 옅은 회색 하이넥 니트 아래로도 드러났다.
겉보기에는 기껏해야 오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지만 실은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였다. 강하나는 그의 동안 외모에 적잖이 놀랐다.
극 중 그의 역할은 사회 최하층의 노인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누더기를 걸치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떨어진 채소를 주워 먹는 설정이었다.
그가 이런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강하나는 단순히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배우의 이미지와 배역의 적합성을 간과하는 감독이 아니었다.
단정우는 그를 부르기 위해 앞으로 나가려 했지만 강하나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한창 바둑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을 방해하면 안 돼요.”
강하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이 단정우의 팔을 잡은 채 놓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단정우 역시 그녀를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인파 속에서 기다리며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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