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육도훈은 정신을 가다듬고, 가방을 든 서지수가 막 나가려는 걸 보고 물었다.
“지수 씨, 오늘 레슨은 끝난 거예요?”
서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육도훈은 시간을 힐끗 보고 권했다.
“점심 차려 놨는데 식사하고 가세요.”
“아닙니다, 집에 일이 좀 있어서요.”
서지수는 임시로 핑계를 댄 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말씀해요, 지수 씨.”
육도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나긋하게 답했다.
서지수는 가방끈을 살짝 쥐었다.
“혹시... 진수혁이 와서 저를 그만두게 해 달라고 했나요?”
애초에 이 일자리를 택한 건 보수가 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진수혁과 육도훈이 사이가 나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잘리지는 않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마주친 광경이 불길한 예감을 남겼다.
육도훈은 그녀의 맑은 눈을 잠시 바라보다 솔직히 털어놓았다.
“맞습니다. 다만 아직 답을 주지는 않았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서지수는 짧게 인사하고 발길을 돌렸다.
“지수 씨.”
육도훈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서지수가 멈춰 서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수혁이랑 결혼해 지내는 동안 조씨 성을 가진 여자를 본 적 있어요?”
서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육도훈의 마지막 기대가 스르르 무너졌다.
서지수는 더 묻지 않고 밖으로 나섰다.
‘만약 이 일자리도 진수혁이 끊어 버리면 이원 그룹 일도 위험해질 텐데... 그때 나는 어떻게 버티지?’
별장을 나서는 짧은 길 동안 머릿속은 온통 이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결국 그녀는 전화를 꺼냈다. 호출음이 이어지는 동안 울분도 함께 치솟았다.
푸른 별장으로 막 돌아온 진수혁은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건성으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왜 육도훈 씨한테 나를 자르라고 했어?”
서지수는 첫마디부터 따졌다.
“내 일 방해 안 하겠다고 했던 말 다 잊었어?”
“방해 안 한다는 건 너를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겠다는 뜻이야.”
진수혁은 침착하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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