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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고준석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래서 기회 하나 만들어서 일 좀 벌여 보겠다는 거지?” 고준석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진수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모든 걸 말해 줬다. 고준석은 말려 볼까 했지만, 그가 자라온 환경을 떠올리자 뭐라고 해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서지수를 마음고생시키려는 모양인데, 그 대가는 십중팔구 그가 치르게 될 터였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체념했다. 그도 한 번쯤 대차게 후회해 봐야 정신 차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내가 뭘 도와주면 돼?” 고준석은 속으로 서지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물었다. “예전에 내 눈치 보느라 지수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던 사람들 좀 초대해 줘.” 진수혁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담담했다. “오기 싫다고 하면 내가 부른 거라고 전해.” 원래 회사 연회는 사내 행사지만, 임원 친구 몇 명쯤 끼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고준석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알겠어.” “고마워.” 진수혁도 그가 동의해 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친구끼리 무슨.” 고준석은 예전처럼 느긋하게 웃었다. “대신 난 그 연회 안 가. 네가 선만 잘 지켜. 너무 못되게 굴지 말고.” “응.” 진수혁은 짧게 대꾸했다. 일 이야기가 끝나자 두 사람은 잡담을 조금 더 나누다 새벽녘이 돼서야 집으로 흩어졌다. 집에 돌아온 진수혁은 강현서에게 전화를 걸어 주의할 점만 간단히 지시했다. 강현서의 일 처리 속도는 믿을 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전 직원에게 퍼졌다. 목요일 아침. 출근한 지 얼마 안 돼 사내 단톡방 알림이 울렸다. [다음 주 수요일, 전 직원 근무 없음. 이원 10주년 기념식 전원 참석. 각 부서는 공연 하나씩 준비할 것.] 알림이 뜨자 부서 분위기가 들썩였다. “수요일 쉰다니 좋긴 한데 연례행사 보면 밤 10시 넘어서나 끝나더라.” “진 대표님도 오려나? 이제 우리 회사 사람이잖아.” “그래도 제이 그룹 대표인데 이원 파티에 나오면 좀 웃기지.” “지금 제일 급한 건 공연 아니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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