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몰랐던 거 아니잖아.”
진수혁이 무심히 말했다. 그는 한 손을 의자 팔걸이에 걸치고 짙은 눈으로 서지수를 똑바로 마주 봤다.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먼저 시선을 떨군 쪽은 서지수였다.
“그러니까 이제는 그 마음 접어.”
서지수는 그가 뻔뻔하게 당당한 태도로 여유를 부리는 게 싫었다.
“네가 소유리랑 헤어진다고 해도 나는 너랑 다시 안 엮여.”
그가 던진 말들은 평생 잊히지 않을 상처였다. 정말 쓰레기 같았으니까.
“유리가 싫다고만 안 하면 평생 책임질 생각이야.”
진수혁이 일부러 들으라는 듯 느릿하게 덧붙였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수는 뭔가 집어 던지고 싶어졌다.
“피곤하지?”
진수혁이 물었다. 지난번 이후 마음을 털어놓지는 않았어도, 그는 그녀의 요즘 일정을 다 꿰고 있었다.
“낮에는 회사, 점심에는 병원, 밤에는 돌아와서 아르바이트로 그림 그리느라 하루 종일 바쁘잖아. 우리 집 안주인은 물론 도우미들도 이만큼은 안 바빠.”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새벽 두세 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여섯 시에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회사에 다녀와 저녁을 만들고, 진하늘을 재우면 다시 그림 앞에 앉아 끝도 없는 집안일까지... 태어나 이렇게 고단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지친 얼굴과 팽팽한 신경을 진수혁은 모조리 보고 있었다.
“대답해, 힘들지?”
“힘들어. 근데 인생이 안 힘든 데가 어디 있어?”
“선택지는 있어.”
그가 다시 말했다. 이 정도의 양보는 그가 단 한 사람에게도 준 적이 없었다. 진하늘조차도 말이다.
서지수는 표정을 지운 채 그를 바라봤다.
“다시 너희 집 안주인 노릇이나 하고 있으라고?”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그는 대답했다.
“그래.”
“진수혁, 너는 자존심도 없어?”
서지수는 이 모든 것이 그의 관용이란 걸 알면서도 그와 소유리의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했던 말과 행동도 물론 잊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기대를 잘라냈고, 자신이 받았던 특별대우에 대한 미련도 끊어냈다.
“이만큼 거절했으면 보통 사람은 눈치껏 그만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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