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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니가 뚫을 수 있다면 말이지.” 진수혁은 감정변화 하나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연청은 잠시 말이 막혔다. ‘처음부터 그렇게 완벽한 보안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말았어야 했어... 덕분에 내가 만든 걸 내가 뚫기도 힘들어졌네.’ “서수민 씨 자료, 어느 굉장히 실력 있는 해커가 덮어놨어.” 연청은 다시 한번 설명했다. 고준석이 이 말을 했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았다. “내가 뚫으려면... 최소 두 시간은 걸릴 거야.” 예전 같았으면 힘들었겠지만 지금의 그녀라면 손가락 푸는 셈 치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좋아.” 진수혁은 그녀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듯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룸 안엔 연청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또각또각 울렸다. 고준석은 그 자리에 앉아 가지도, 안 가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버티고 있었다. 술도 못 마시고, 대화도 없고, 진심 지루함 그 자체였다. 근데 문제는 그 셋을 여기 불러낸 게 바로 자신이라는 거였다. “...수혁아.” 그냥 앉아 있기 뻘쭘해서 결국 입을 열었다. “이원 10주년 행사, 너 어떻게 처리할 거야? 오후에 너희 부모님 병원 가서 진민기랑 만나셨다며?” “그런 골칫덩어리는 만든 사람이 치워야지.” 진수혁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하나, 서지수를 어떻게든 옆에 붙잡아두는 방법뿐이었다. 억지로 잡아둬봤자 그 성격이면 건물 하나쯤은 부숴버리고서라도 떠날 여자였다. 그렇다고 거짓말이나 꼼수 따위가 통할 상대도 아니고. “...?” 고준석은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딴 데 가 있었다. “무슨 생각해?” “너 중학교 때, 짝이랑 같이 로맨스 소설 꽤 많이 봤었다며.” 진수혁이 불쑥 말을 꺼냈다. 그 순간, 키보드를 두드리던 연청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무슨 헛소리야.” 고준석은 기겁했다. 인정할 수 없는 흑역사였다. “나는 중외 명저만 봤어. 로맨스 소설 같은 건 안 읽어!” 하지만 진수혁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를 꿰뚫듯 바라봤다. 그 눈빛엔 묘한 압박이 있었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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