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반년 후, 민재하는 한서율을 위해 세기의 결혼식을 준비했다.
경화시에서 가장 화려한 장원의 정원이 하얀 장미로 물들었다.
샴페인 타워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하객들의 웃음소리가 잔잔히 퍼져나갔다.
한서율은 대기실의 전신거울 앞에 서 있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 자락이 바닥 위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지난 반년을 떠올렸다.
...
그날, 병원 복도에서 그녀는 검사 결과지를 손에 쥔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한 시간 넘게, 수많은 생각 속을 헤매었다.
민재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 진심일지라도 민씨 가문은 단 한 명의 후계자를 필요로 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내가 재하 씨의 세상에서 정말 버틸 수 있을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며 생각이 끊겼다.
“지금 어디예요?”
민재하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그냥, 잠시 쇼핑하러 나왔어요.”
“위치 보내줘요. 오늘 부모님이 서율 씨를 뵙고 싶다고 하셔서요.”
“지금요?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에요?”
“제가 부모님께 서율 씨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이제는 서율 씨 이름만 들어도 친숙하게 느끼실걸요.”
민재하는 그녀의 불안을 눈치채고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좋은 분들이세요.”
한 시간 뒤, 한서율은 민씨 가문의 저택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드레스 주름을 매만지며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서율이 왔구나.”
박수미가 부엌에서 나오며 반겼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러웠다.
“식사 준비 거의 끝나가니까 너랑 재하는 먼저 이야기나 나누렴.”
한서율은 잠시 당황했다.
오늘의 만남이 딱딱하고 격식 있는 자리일 거라 예상했는데, 이렇게 따뜻하고 가정적인 분위기일 줄은 몰랐다.
부엌 한쪽에서는 민수철이 서툴게 과자 틀을 누르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코끝에는 하얀 밀가루가 묻어 있었다.
“마침 잘 왔네. 내가 만든 과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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