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바랜 사랑바랜 사랑
에:: Webfic

제3화

박예지의 등장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러나 박예지는 자신이 불청객임을 모르는 사람처럼 멋대로 강지수의 맞은편에 앉아 웃는 얼굴로 사람들 손에 있는 선물을 보았다. “어머, 샤리쉐네. 그거 아주 유명한 브랜드잖아. 근데 그거 내가 만든 브랜드인 거는 알려나 모르겠네.” ‘누가 만들었다고?' 그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 그때 현재현이 박예지의 집안을 망하게 한 것을 보았던 그들은 박예지가 국내에서 아무것도 못 하리라 생각했기에 절대 이런 브랜드를 만들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그때 우리 집안이 휘청거렸던 건 사실이지. 뭐, 그래도 좋은 남편을 만나서 2년 전에 몇조를 투자해 주었거든. 남편 덕에 좋은 인맥도 얻게 되고 나중에 회사도 만들어 줬어. 물론 이것만 하는 게 아니야. 우리 남편이 날 위해 회사 여러 개 만들어 줬거든.” 말하면서 박예지는 현재현을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도발하는 눈빛으로 강지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강지수는 순간 호흡이 멎는 듯했다. 머릿속에 2년 전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던 현재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는 그녀에게 해외에 시장을 만들고 싶다면서 바쁠 거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 박예지를 위한 것이었다니 가슴이 아파 저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왜 그래, 자기야. 어디 아파?” 현재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긴장한 얼굴로 일어났다. “내가 의사 선생님께 연락할까?” 그러자 박예지가 차갑게 웃었다. “강지수, 현재현이 이렇게나 널 아껴주고 있는데 표정이 왜 그래?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녀의 말에 현재현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박예지의 뺨을 세게 갈겼다. “그 입 닥쳐. 안 그러면 평생 말도 못 하게 입 꿰매버릴 테니까.” 박예지는 뺨을 감싸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 나서 사나운 눈빛으로 강지수를 보다가 룸에서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가자 룸 안의 분위기는 다시 풀리기 시작했지만 강지수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강지수가 걱정된 현재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자기야, 어디 아파? 내가 의사 선생님께 연락했으니까 조금만 버텨줘.” 강지수는 그런 그를 밀어냈다. “괜찮아. 나 화장실 갈 거니까 따라오지 마.” 복도로 나온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박예지를 보게 되었다. 박예지는 그녀의 앞에서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현재현이 날 때렸다고 해서 방심하지 마. 넌 걔한테 더는 소중한 사람이 아니니까. 난 현재현을 위해 아들과 딸을 낳았어. 이미 나한테 마음을 돌렸으니까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 현재현은 내가 아이들이 열이 난다고 문자만 보내도 발로 나한테 달려올걸? 우리 내기할래?” 룸으로 돌아왔을 때 강지수는 현재현이 역시나 어딘가 안절부절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 이마에 짧게 뽀뽀한 뒤 말했다. “자기야,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내가 여기 매니저랑 얘기 해뒀으니까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켜. 친구들이랑 즐겁게 지내고 와.” 강지수는 그런 그의 옷깃을 잡았다. “오늘 어디 안 가고 내 곁에만 있어 줄 거라며. 그런데 어딜 간다는 거야? 그냥 나랑 함께 있으면 안 돼?” 그녀는 반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 이 순간 현재현은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꼭 자신이 이대로 가버린다면 엄청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박예지는 이미 그에게 아이들이 아프다는 문자를 보냈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친자식들이었던지라 반드시 가봐야 했다. 결국 그는 강지수의 손을 풀면서 말했다. “자기야, 내가 이따가 꼭 자기 곁에 있어 줄게. 이번만 봐줘, 응?” 강지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현재현의 마음이 정말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반 시간 뒤 박예지는 또 그녀에게 영상을 보냈다. 영상에 뭐가 담겨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강지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재생했다. 영상 속 박예지는 서러운 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난 너 없이는 한순간도 못 살 것 같아서 동창회에 간 거야. 그런데 거기서 강지수랑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니 질투가 나서 어쩔 수 없었어. 그래서 불만 좀 드러낸 건데 넌 내 뺨까지 때리고...” 그러자 현재현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박예지의 투덜거림을 즐기고 있는 것이 그녀의 눈에도 보였다. 그는 달걀을 가져와 부어버린 박예지의 얼굴에 문댔다. “됐어. 그만 울어. 여기서 더 울면 꼬질이가 될 거야.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해. 사과의 의미로 뭐든 해줄게.” “그럼... 아이들 생일이 곧 다가오니까 네가 얼마 전 매입한 섬을 아이들 선물로 주면 안 돼?” 현재현은 미간을 구겼다. “안 돼. 그건 나와 지수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한테 줄 선물이야.” “재현아, 제발. 그걸 아이들한테 주라. 내가 무당 만나서 물어봤는데 그 섬이 우리 아이들한테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사과의 의미로 뭐든 다 해준다고 했잖아!” 결국 현재현은 동의하고 말았다. 박예지는 만족한 듯 카메라를 향해 도발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봐, 너한테 줄 거라고 했던 선물도 나한테 주겠다고 하잖아. 현재현은 더는 널 사랑하지 않아. 네가 나한테 진 거야.” 강지수는 제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아르바이트하다가 다쳤을 때 자신을 치료해주던 현재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에게 보여주었던 다정한 모습을 지금 그는 다른 여자에게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도 지쳐버렸다. 현재현의 곁만 떠나면 모든 게 나아질 것 같았다. ‘괜찮아. 내일이면 떠날 수 있는걸.'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