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바랜 사랑바랜 사랑
에:: Webfic

제6화

몇 분 뒤 현재현은 정원에서 나왔다. 강지수는 그런 그를 한참 빤히 보다가 손목에 하고 나온 팔찌를 보여주었다. “이 팔찌는 네가 직접 만들어 준 팔찌잖아. 근데 오늘 보니까 색이 바래졌네. 재현아, 날 향한 네 사랑도 이 팔찌처럼 색 바래지면 어떡해?” “그럴 일은 없어!” 현재현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강지수의 손을 잡더니 진심을 담아 손등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널 향한 내 사랑이 색 바래지기는커녕 더 짙어질 거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강지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사람이 날 속여?' 그녀는 원래 조용히 떠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속이고 있는 현재현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2년이나 그녀를 속이지 않았던가. 약속을 어긴 그에게 혼자 남겨진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싶었고 그녀에게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주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강지수도 손을 들어 그의 손을 잡았다. “재현아, 나도 널 사랑해. 그러니까 꼭 기다려줘. 우리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곧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함께 우리의 세 번째 기념일을 보내는 거야.” “참.” 그녀는 이내 서류를 꺼내 진지한 얼굴로 현재현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선물이야. 꼭 이틀 뒤에 열어봐야 해.” 안에는 그녀가 아이를 지운 수술한 기록과 박예지가 그간 보낸 문자와 영상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그녀는 오후에 비행기 조난 사고로 ‘사망'하게 될 테니까. 그 소식을 들은 현재현이라면 분명 이 서류를 미리 열어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절망에 빠질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던 그녀와의 아이를 잃었을 뿐 아니라 사랑하던 아내까지 잃게 되니까. 그녀는 반드시 그가 고통 속에 후회하며 살게 할 것이다. “그래. 꼭 기다릴게. 얼른 다녀와야 해.” 아무것도 모르는 현재현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자기야,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게.” 강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동안 그가 해준 것은 너무도 많았기에 죽기 전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괜찮아. 네가 바쁜 사람이란 걸 나도 아는데 어떻게 그래. 이따가 핸드폰이라도 울리면 어쩌려고.” 현재현은 그녀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꼭 강수지가 자신을 비꼬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순간 불안감에 휩싸인 그였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박예지가 그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 ‘재현아, 아까 걸로 만족하지 못했지? 강지수 보내고 우리 계속 이어서 할까?” 그러면서 야한 속옷을 입은 사진을 그에게 전송했다. 사진을 본 현재현은 점차 흥분하기 시작했고 그 흥분이 불안감을 소멸시켰다. 사실 그와 박예지가 처음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은 부모님의 계획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술을 진창 먹이고 박예지와 같은 방에 보낸 것이다. 정신이 들었을 때 역겨운 마음이 들어 자살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박예지는 자존심도 다 내려놓고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애원했다. “재현아, 네가 우리 집안 망하게 한 건 사실이지만 난 여전히 널 사랑하고 있어. 난 너 없으면 정말 숨도 못 쉬겠어. 네가 기쁠 수만 있다면 난 뭐든 다 할 자신이 있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박예지는 정말로 뭐든 다 했다. 이상한 플레이라든지... 그가 들어본 것이든 아니든 전부 그녀에게 해봤었다. 결국 박예지는 선을 넘어 강지수의 옷까지 입기 시작했다. “네가 날 강지수로 여기면서 막 다뤄도 좋아. 강지수한테 해보지 못한 것을 내게 마음껏 해줘.” 그 말을 들은 순간 현재현은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강지수에게 바랐던 환상이 너무도 많았지만 매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너무도 소중해 막 다룰 수 없었고 환상도 사라지게 되어 더 소중히 다루게 되었다. 하지만 박예지에겐 그럴 필요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강지수에게 느꼈던 환상을 박예지에게 전부 쏟아냈다. “그럼... 여보를 데려다주지 않을 테니까 운전 조심해.” 떠나기 전 강지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돌아보았지만 보이는 건 그의 뒷모습뿐이었다. 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안녕, 현재현... 영원히 안녕...” 몇 시간 후 현재현은 박예지를 안고 숲속 쉼터의 커다란 침대에 뒹굴고 있을 때 비서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감히 이 시간에 연락해? 반드시 급한 일이어야 할 거야.” 방해를 받았다는 생각에 현재현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비서는 겁에 질렸지만 계속 말을 이었다. “대표님, 급한 일입니다. 사모님께서... 비행기 조난 사고당하셨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바다 한가운데서 폭발을 일으켜... 그대로 추락했다고 합니다.” 비서의 말을 들은 현재현은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고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