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연구원이 조직한 이번 단기 야외 채집의 목적지는 바람에 침식된 지형이 넓게 펼쳐진 지역이었다.
서나연이 속한 데이터 팀과 문도준이 속한 지형팀은 마침 같은 방향이라 버스를 함께 타고 출발했다.
차 안에서 문도준은 여전히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이었다.
가끔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 몇몇 연구자들이 웃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하지만 채집 지점에 도착하자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무게가 꽤 나가는 샘플 박스, 가파른 언덕 사면.
그는 늘 가장 먼저 짐을 메고 올라가 고정 지점을 능숙하게 잡아놓고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또 각자에게 물을 돌려주며 햇빛이 강하니까 수분 꼭 챙기라는 말을 반복했고 연세가 있는 연구원을 배려해 평평한 지대에서 데이터만 기록하면 되게끔 자리를 내줬다.
“겉보기랑 다르게 문도준 씨도 꽤 믿음직하네요.”
한 교수님이 웃으며 말하자 그제야 서나연은 문도준의 바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암층 틈의 퇴적물을 조심스레 채집 스푼으로 긁어내고 있었다.
가까운 태양 빛에 광대뼈 옆이 반짝이고 땀이 뚝뚝 떨어졌다.
평소 농담 잘하고 산만해 보이던 모습과는 확실히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서나연은 아무 말 없이 손에 들린 환경 수치를 더욱 정확하게 기록했다.
돌아가는 길, 하늘은 빠르게 탁해졌다.
불과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 멀리 지평선을 거대한 황토색 벽 같은 것이 하늘을 삼켜버렸다.
“안 되겠습니다! 이건 모래폭풍입니다!”
운전기사가 놀라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거센 바람이 온 황사를 실어 날렸다.
시야는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고 모래 먼지 속에 휩싸여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았다.
이내 바람보다 큰 문도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달리 그의 말투는 놀랄 만큼 냉정하고 단호했다.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바람 때문에 차가 묻힐 수 있어요! 근처에 바람막이 사면 있어요! 멀지 않습니다! 다들 물건 챙기시고 저 따라 내려요! 한 명씩 천천히, 절대 떨어지지 마시고요!”
문도준은 제일 먼저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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