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서나연은 한 번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숙사에 도착해 문이 닫히며 나는 소리는 마치 그녀와 바깥세상을 완전히 단절시키는 경계선 같았다.
다시 마주하면 조금은 흔들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은 빗나갔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첫 순간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피로와 무감각에 가까운 평온뿐이었다.
다음 날, 서나연은 아주 이른 시간에 일어났고 혹시라도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를 피해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전 내내 데이터를 정리한 뒤 자료실을 막 나왔을 때, 복도 끝에 서 있는 유재민이 보였다.
그는 거의 밤새 잠을 못 잔 사람 같았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곧장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나연아.”
서나연은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 서서 유재민을 바라봤다.
말없이 서 있는 그녀의 태도는 준비해 온 말을 꺼내려던 그의 흐름을 단숨에 막아버렸다.
그럼에도 유재민은 한 발 앞으로 다가가며 억지로 말을 꺼냈다.
“알아, 전엔 내가 잘못했어. 네 감정을 무시했고.”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지만 그는 애써 말을 이어갔다.
“유진이 문제도, 논문 이름 올린 일도... 그리고 그날 발표장에서의 일도 다 미안해.”
유재민은 큰 결심 끝에야 겨우 시선을 서나연에게 돌렸다.
평소 차갑고 멀게만 느껴지던 그의 눈동자 속에 지금은 여러 겹의 감정이 쌓여 있었다.
“네가 떠난 뒤에 알았어. 나는 널 잃으면 안 된다는 걸. 한 달 동안...”
“유재민.”
서나연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그의 말을 뚝 끊어버렸고 눈빛에는 조롱도, 분노도, 그리움의 감정도 없었다.
“사과는 받아들일게. 하지만 이제 필요 없어.”
지금껏 유재민이 예상했던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울지도, 화내지도, 그 어떤 여지도 없었다.
“문제는 채유진 씨가 아니고 이름을 올리는 것도 아니야. 네 눈에 나라는 사람은 단 한 번도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단 게 문제지. 내가 늘 옆에서 다 챙겨주고 정리해 주며 맞춰주니까 너는 그게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해졌겠지. 그리고 그 공기가 사라지니까 지금 숨이 막히는 거야. 하지만 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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