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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민도준은 사법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스물다섯 살에 고등법관 자리에 올라 여태껏 맡은 사건 중 단 한 번의 오심도 없었다. 일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칼 같았지만 집에 오면 그야말로 아내 바라기였다. 민도준은 진나연의 손을 잡고 법정 앞에서 경건하게 외쳤다. “법과 너, 두 사람 모두 절대 배신하지 않을게!” 그러나 결혼 후 5년째 되던 해, 진나연의 엄마 김숙희가 북성시에서 가장 건방지고 오만한 재벌 집 딸 심수아에게 실수로 우유를 쏟았다. 그 자리에서 김숙희의 손과 발의 힘줄을 끊은 심수아는 숨이 끊어져 가는 노인을 상업용 세탁기에 산 채로 집어넣어 갈아 죽였다. 진나연의 세상은 그 순간 무너졌다. 그녀는 어머니의 차가운 부검 보고서를 쥔 채 심수아를 법정에 고소했다. 하늘이 반드시 정의를 실현하고 악마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이 사건을 심판하는 판사가 바로 그녀의 남편, 민도준이었다. 더욱 진나연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 민도준이 법정에서 심수아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었다. “왜?” 재판이 끝난 후 법원 복도에서 민도준 앞을 가로막은 진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 했다. “증거가 이렇게 완벽한데! 왜! 심수아는 고의 살인이야! 왜 무죄를 선고한 건데!” 단정한 판사복을 입고 있는 민도준은 여전히 당당하고 세련된 모습이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낯설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함을 담고 있었다. “나연아, 나는 어릴 적에 유괴당한 적이 있었어. 그때 수아가 나를 구해줬어. 수아는 나 때문에... 그 유괴범들에게 모욕까지 당했어. 그때 약속했어. 수아의 그 어떤 요구도 들어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말이야. 이번 일도 포함해서.” 이 한마디에 진나연은 온몸이 얼어붙었고 온몸의 피마저 굳는 듯했다. 어머니가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진나연은 긴 항소의 길을 시작했다. 이 세상에 정의가 통하는 곳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열 번째로 항소장을 제출하려 할 때 민도준은 죄명을 하나 뒤집어씌워 진나연의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 대학에 갓 입학한 동생 진나우를 감옥에 보냈다. 그러면서 진나연 앞에 항소심 취하 서류를 내밀었다. “나우가 들어간 수감 구역은 가장 흉악한 범죄자들만 있는 곳이야. 그 범죄자들은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신입을 맞이해. 지금... 이미 나우 몸에 긴 바늘 99개를 꽂아 넣었어. 네가 항소심 취하하기 전에 나우는 절대 나올 수 없어.” “아니! 절대 취하하지 않을 거야. 우리 엄마를 죽인 사람 고소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건데!” 진나연은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쏟아냈다. 바로 그때 민도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스피커폰으로 연결하자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나...! 살려줘! 너무 아파 누나...! 바늘이... 너무 많아...” 그 울음소리는 마치 불에 달군 쇠꼬챙이처럼 진나연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완전히 무너진 진나연은 민도준의 팔을 움켜쥐며 눈물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민도준! 내 친동생한테 이러지 마! 나 사랑한다며! 오직 법과 나는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왜...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건데!” 눈물범벅이 된 진나연의 얼굴을 보는 민도준은 마음 한구석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민도준은 눈동자 속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지만 결국 침울함으로 가라앉았다. “나연아, 너를 사랑하는 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 하지만 이유는 이미 말했잖아.” 눈물 어린 눈으로 8년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를 바라본 진나연은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대학 입학식에서 단상 위에서 법학과 학생 대표로 연설하던 민도준이라는 법대의 킹카에 한눈에 반한 진나연은 열렬한 구애를 시작했다. 전교생들은 절대 안 될 거라며 진나연을 놀렸다. 민도준은 벼랑 끝에 핀 접근하기 어려운 꽃처럼 도도하고 차가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나연은 기적을 이룬 인물이었다. 전설이라 부르는 벼랑 끝의 꽃을 꺾은 것이다. 연애를 시작한 후, 민도준은 모두가 놀랄 정도로 진나연에게 지극정성이었다. 캠퍼스 커플에서 결혼식까지, 그들은 감정의 기반을 탄탄하게 쌓으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신혼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3년 전 심수아가 귀국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민도준은 진나연에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그녀라고 약속했지만 심수아에 대해서는 그 무거운 은혜와 죄책감 때문에 그녀의 어떤 요구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발목을 삐끗한 심수아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그녀의 각종 문제들을 처리해 주는 것까지... 진나연은 모두 참아냈다. 그때 진나연은 충분히 이해하고 너그럽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언젠가 민도준도 은혜와 사랑의 경계를 잘 지킬 거라고 생각했다. 여태껏 꾹 참아왔지만 결국에는 엄마가 목숨까지 잃었다. 그리고 동생의 목숨마저 민도준의 손에 꽉 쥐어져 진나연을 굴복하도록 협박하는 무기가 되었다. “나연아, 항소심 취하해.” 민도준의 목소리에 진나연은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정신을 차렸다. “서명만 하면 나우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나우도 죽을 거야!” 쾅. 마치 천둥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은 느낌, 진나연은 고통으로 온몸을 떨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진나연은 떨리는 입술로 한 글자 한 글자 겨우 내뱉었다. “알았어... 고소... 취하할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민도준은 손을 뻗어 진나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했다. “이제야 말을 듣네...” 고개를 홱 돌려 피한 진나연은 눈이 시뻘게진 채 민도준을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 내 동생 풀어줘!” “아직은 안 돼.” 손을 거둔 민도준은 다시 평소의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 너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야. 일주일간의 항소 기간이 지나고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그때 나우를 풀어줄 거야. 걱정하지 마. 그동안은 다른 구역으로 옮겨줄 테니. 거기 가면 안전할 거야, 내가 담보해.” 심수아의 뒤치다꺼리를 깨끗이 하기 위해 민도준은 진나연을 이용하고 고통스럽게 했다. 멍한 얼굴로 민도준을 바라본 진나연은 이 순간 이 남자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민도준, 너 정말... 나를 사랑한 적이 있었어?” “만약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심수아라면, 심수아가 네 첫사랑이라면 두 사람 사이 이해해 줄게. 우리... 이혼하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민도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나는 연애에 관심이 없었어. 하지만 네가 내 세상에 들어온 후, 내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너 하나야. 첫사랑은...” 민도준은 진나연을 깊이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진나연, 너야말로 내 첫사랑이야.” “내가 수아에게 잘해준 이유는 이미 너에게 수없이 설명했잖아. 이번 일은 내가 너에게 빚졌다는 걸 알아. 앞으로 평생을 다해 보상할게. 응? 그러니 너는 푹 쉬어. 나 수아 보러 갈게. 오늘 조금 놀란 일이 있었나 봐.” 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집을 나섰다. 여전히 당당한 민도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나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평생은 없어. 민도준, 나우가 나오면 우리... 완전히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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