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오수아가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는 그 어린 소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오수아가 떠난 뒤에야 박이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십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얼굴은 또렷하고 날카로웠다.
그는 오수아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는 내 어둠 속에서 유일한 빛이었어.”
정신을 가다듬은 오수아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당신이 그때 그 소년이었어요?”
박이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경성의 박씨 가문의 장남이야. 집안은 크고 돈도 많지만, 그만큼 노리는 사람도 많았어. 태어나기도 전에 독이 몸에 돌았고, 그래서 태어난 뒤로 줄곧 불구였어. 성격도 외톨이라 부모조차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곧 동생을 낳았어. 그 사람들은 행복한 세 식구가 됐지만, 나는 언제나 끼지 못하는 존재였지. 어릴 때부터 수많은 조롱과 눈초리를 받았어. 사람들은 내가 복이 얇다고 했어. 박씨 가문의 장남이지만, 하필이면 불구라고.”
그 말을 들은 오수아의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그만해요, 이현 씨. 이제 그만 말해요.”
그녀는 그가 다시 상처를 떠올리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박이현은 멈추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런 몸으로 왜 살아 있냐’였어. 나도 어느 순간 그렇게 생각했어.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너였어. 네가 유일하게 내 어둠 속에서 나를 붙잡아줬어. 살아야 한다고 말해준 사람도, 나에게 희망을 준 사람도 너뿐이었지.”
“그 후로 난 해외로 나가 명의를 찾아다녔고, 십몇 년 동안 치료받았어. 그리고 3년 전, 결국 두 다리를 완전히 고쳤어. 하지만 돌아왔을 때 넌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더라. 그래서 심도윤에게 계속 맞섰던 거야. 일부러 아직 다리를 못 쓴 척한 것도, 네가 나를 다시 봐주길 바랐기 때문이야. 그런데 3년이 지나도 넌 몰랐어. 그러다 일주일 전에 네가 나한테 ‘결혼식장에 가서 너랑 결혼식을 하자’고 했을 때, 알았어. 내 기회가 온 거라고.”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수아야, 난 널 15년 동안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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