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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눈가가 붉어진 서이안은 조심스레 다가가 무릎을 꿇고 피투성이가 된 기천우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기천우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순간 서이안의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천우를 아빠와 엄마 곁으로 돌려보내야 해. 엄마의 따뜻한 품을 느끼게 해 준다면 혹시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기꺼이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이를 악물며 서이안은 피투성이 기천우의 귀에 속삭였다. “이안아... 무서워하지 마.” 그 한마디에 이한성과 문지현은 지금 쓰러진 아이가 기천우가 아니라 바로 서이안이라는 걸 확신했다. 서이안은 자신이 기천우의 자리를 대신해 기씨 가문에 가고 기천우는 서이안의 이름으로 아빠와 엄마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정했다. 곧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구급차다!” 사람들이 환호했고 의사와 간호사가 뛰어와 기천우의 상태를 살피더니 서둘러 들것에 올려 구급차로 옮겼다. 이한성도 재빨리 따라 올라탔다. 차 문이 닫히려는 순간 서이안이 달려와 작은 손으로 문을 막아섰다. “저도 같이 탈래요!” 차 안에서 응급처치를 받는 기천우를 바라보는 서이안의 눈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 “부탁이에요. 같이 있게 해 주세요!” 간절한 눈빛으로 이한성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이한성이 순간 망설였지만 곧 서이안을 안아 올리려 했다. 그때 의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자리는 한정돼 있습니다. 더는 못 태워요!” 결국 서이안은 차에 오르지 못한 채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으로 내달리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문지현과 서이안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서 병원으로 가 주세요!” 서이안이 단호하게 외치자 문지현이 열쇠를 꺼내며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 정도 상처라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을 거예요.” 서이안은 차분하게 대답하며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일단 출발해요. 금방 알아낼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15분 뒤, 구급차는 이미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문이 열리자 의료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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