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화
서현우는 기남준이 끝내 침묵하자 더 몰아붙였다.
“윤소율 씨가 네게 부탁했다는 건 알아. 하지만 왜였을까? 대체 무슨 이유로 네게 부탁했겠어?”
그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윤소율이 자기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살리겠다며 기꺼이 자존심을 굽혀 부탁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남준처럼 오만한 남자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적대하면서, 어떻게 한도윤을 직접 보낼 생각을 했겠는가.
서현우는 원래부터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사소한 단서 하나라도 붙잡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한 성격이었고 늘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그동안 서이안이 의식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진실을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뜻밖에 한도윤이 직접 나서자 모든 게 수상쩍게 느껴졌다.
기남준은 그 기척을 놓치지 않았다. 눈앞의 남자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 미세하게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다.
“뭐가 문제야? 소율이가 그 아이가 안쓰러워서 구하고 싶다니까 구한 거지.”
서현우는 냉소를 띤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그렇게 매정한 여자가 어떻게 자존심을 버리고 너한테 자존심을 굽혀? 그것도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아이 때문에?”
기남준은 코웃음을 쳤다.
“서현우, 너 같은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매정하다는 말을 입에 올려? 피도 눈물도 없는 게 누군데.”
“헛소리 말고 답해. 왜 소율 씨가 네게 부탁한 건지.”
서현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으며 칼날처럼 뻗어나갔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난 네 부하가 아니야. 네가 뭔데 내게 명령을 해? 대답할 의무도 없어.”
그러자 서현우가 성큼 다가가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기남준,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말해.”
“내가 뭘 말해야 하는데?”
“윤소율 씨, 정체가 뭐야?”
서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단호히 내뱉었다.
“윤소율 씨가 내게 어떤 의도를 가진 건지, 넌 나를 상대로 무슨 속셈을 품은 건지. 솔직히 말해.”
기남준은 입가에 비웃음을 걸며 턱을 당당히 치켜올렸다.
“내 목적은 이미 뻔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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