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9화

윤소율은 의혹 가득한 눈으로 기남준을 살피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남준아, 대체 무슨 일이야? 말해 줘, 무슨 일이냐고?” 윤소율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기남준은 윤소율을 돕는 게 아니었다. 그는 단지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그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움직이는 기남준의 성격이라면 고작 위증 서류 하나 만드는 데 실수를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고의로 함정을 파놓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기남준은 일부러 빈틈투성이인 가짜 샘플 보고서 두 장을 만들어 서씨 가문의 의사를 매수해 친자 감정서를 위조하고 그 허점이 보이는 가짜 보고서를 당당히 윤소율에게 건네주었다. 기남준은 강백현이 언젠가 이 일을 눈치챌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윤소율이 서이안의 양육권을 빼앗기 위해 기남준에게 친자 감정서 위조를 부탁했다는 식으로 그녀가 목적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로 몰아가는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남준아, 너 참으로 잔혹해.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윤소율은 절망에 빠진 눈으로 기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윤소율에게는 아직 모두에게 자신이 서이안의 친모이자 윤서린이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남준이 이렇게 훌륭한 연기를 한 덕분에 그녀는 입이 백 개라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도 윤소율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에게 다시는 친자 감정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윤소율은 힘없이 기남준의 옷깃을 움켜쥐고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사람처럼 물었다.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기남준은 마치 마음이 아픈 듯한 연기를 하며 두 손으로 윤소율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율아, 미안해. 네가 시킨 일을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 윤소율은 후회하는 듯 눈을 감았고, 자리에서 휘청거렸다. 기남준이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감쌌지만 윤소율은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냈다. “손대지 마!” 기남준은 윤소율을 배신했다. 서이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