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당신이 잘 버텨냈으면 좋겠어요
권지호는 심각한 결벽증이 있었다.
그는 지금 식탁 맞은편에 앉아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아구찜을 해체하고 있었다.
권지호의 동작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정확했다.
나이프가 물고기의 등뼈를 따라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그는 적당한 힘 조절로 살점만 정확히 잘라내고 가시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으며 살짝 들어 올리자 한 줄로 이어진 가시가 온전히 발라져 접시 가장자리에 가지런히 놓였는데, 마치 완벽한 골격 표본 같았다.
“먹어요.”
권지호는 손질된 생선 살을 내 앞으로 밀어주며 차갑고도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은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고 높은 콧대와 얇은 입술, 그리고 금테 안경 뒤에 감춰진 깊은 눈동자를 지녔다.
하지만 그에게서 낯선 사람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냉기가 흘러나왔다.
마치 권지호가 일하는 실험실 속, 사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냉동고처럼.
“고마워요.”
나는 생선 살을 집어 입에 넣었지만 마치 모래를 씹는 듯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다.
결혼한 지 2년, 우리는 서로 예의를 갖추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왔다.
그는 나의 과거를 묻지 않았고 나 역시 그의 일에 관해 묻지 않았다.
우리는 마치 두 조각의 퍼즐처럼, 서로의 모양이 맞물려 함께 있을 뿐 그 어떤 감정의 색채도 섞이지 않는 사이였다.
내 이름은 심지유.
시간을 3년 전으로 되돌린다면, 이 이름은 연예계에서 ‘독보적인 톱스타’, ‘화제의 여왕’, ‘가장 아름다운 악역 전문 배우’를 상징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권지호의 아내일 뿐이었다.
‘자금 세탁 혐의와 문란한 사생활’이라는 추문에 휩싸여 명예가 실추된 채 도망치듯 은퇴한 한물간 여배우였다.
“왜 안 먹어요?”
권지호의 목소리가 내 회상을 끊어 놓았다.
그는 고개를 들더니 내 얼굴을 2초간 바라보고 물었다.
“안색이 안 좋네요. 잠을 설쳤어요?”
젓가락을 쥔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환절기라 그런지 알레르기가 좀 올라오네요.”
하지만 권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장갑을 벗더니 현관으로 걸어가 서류 가방에서 검은색 벨벳 상자를 꺼내 왔다.
“선물이에요.”
권지호는 내 앞에 상자를 내려놓았고 나는 멍하니 상자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기념일도, 내 생일도 아니었다.
“열어봐요.”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상자를 열어 보았고 그 상자 안에는 인체 요추 모형이 하나 들어 있었다.
순은으로 제작된 엄지손가락만 한 펜던트였는데, 뼈마디 하나하나의 결이 어찌나 정교하게 구현되어 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나는 말없이 침묵했다.
‘이게 바로 법의학자와 결혼하면 누릴 수 있는 로맨스인 걸까?’
“L3부터 L5까지의 요추예요.”
권지호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설명했다.
“인체에서 하중을 가장 많이 버텨내는 핵심 부위죠. 당신이 잘... 버텨냈으면 좋겠어요.”
‘버텨내다니?’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 뭔가를 알고 있는 건가?’
하지만 권지호는 이미 몸을 돌려 주방으로 손을 씻으러 간 뒤였다.
그의 뒷모습은 곧고 길게 뻗어 있었다.
‘방금 그 한마디에 담긴 이중적인 의미는... 어쩌면 내 착각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