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곁에 있어요
유승현의 괴롭힘은 무서운 속도로 심해졌다.
처음엔 문자 메시지였으나 이내 택배로 이어졌다.
피 칠갑이 된 죽은 쥐, 갈기갈기 찢긴 과거의 출연작 사진, 심지어는 내가 입는 속옷과 똑같은 제품까지...
나는 마치 구렁이에게 휘감긴 토끼처럼 점점 숨이 가빠 왔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할 수는 없었다.
유승현은 예전에 나를 함정에 빠뜨렸던 증거들을 쥐고 있었고 그 자료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권지호의 커리어는 끝장날 것이다.
법의학자는 엄격한 신원 조사를 거쳐야 하고 가족에게 결격 사유가 있어서는 안 되니까.
나 때문에 권지호까지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고 평생을 깨끗한 무균실 같은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반면 나는 이미 진흙탕에서 구를 대로 구른 몸이었다.
그런 내가 그의 옷깃에 진흙을 묻히게 둘 수는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금요일, 권지호는 경찰청에 야근하러 가야 했고 듣기로는 꽤 골치 아픈 토막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밤에 문단속 잘해요.”
현관을 나서기 전, 그는 넥타이를 매며 당부했다.
권지호는 오늘 짙은 회색 트렌치코트에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목 끝까지 채운 단추는 금욕적이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지호 씨.”
나는 권지호를 불러 세웠다.
그는 바로 돌아보았고 금테 안경 위엔 뽀얀 입김이 서려 있었다.
“왜 그래요?”
나는 입을 달싹였다.
‘살려달라’는 말이 혀끝까지 맴돌았지만, 결국 내뱉은 말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우산 챙겨요. 일찍 돌아오고요.”
권지호는 한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약간 차가운 손가락 끝으로 내 눈가를 문질렀다.
“심지유 씨.”
그가 내 이름을 성까지 붙여 부르는 일은 좀처럼 드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곁에 있어요.”
그 말에 나는 멍해졌다.
귄지호는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마음속 방어선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뻔했다.
‘곁에 있다고? 권지호가 뭘 할 수 있겠어? 권지호는 그저 메스를 든 공무원일 뿐인데. 권력과 재력, 그리고 부하들까지 거느린 유승현 같은 미친개를 상대로 권지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