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어떻게 죽고 싶어요?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천지를 뒤흔드는 요란한 소리는 없었다.
문은 마치 룸서비스라도 들어오듯 아주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열렸다.
하지만 그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시끄러웠던 방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눈을 뜨자 역광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짙은 회색 트렌치코트에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 그리고 차가운 빛을 내뿜는 금테 안경.
권지호였다.
그의 손에는 은색 금속 가방이 들려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법의학 현장 감식용 가방이었다.
그는 문가에 서서 방 안을 가득 채운 인간쓰레기들을 하나하나 훑더니, 마지막으로 유승현에게 붙들려 소파에 처박힌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번뜩이며 스쳐 지나간 무시무시한 폭력성을 보았다.
“그 손 치워요.”
권지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그 음성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뚫고 기이할 정도로 선명하게 들려왔다.
유승현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비웃음을 흘렸다.
“오호, 이게 누구야? 내장이나 파내는 법의학자 아니신가?”
그는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보란 듯이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왜? 마누라 데리러 왔어? 미안해서 어쩌나, 네 마누라는 오늘 밤 나랑 있기로 했는데.”
방 안에서 비열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권지호는 웃지 않았고 그렇다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가방을 든 채 한 걸음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구두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질 때마다 마치 사람의 심장을 죄어오는 듯했다.
그가 다가올수록 방 안의 온도는 몇 도쯤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시신을 상대하는 사람만이 뿜어낼 수 있는, 특유의 죽음과도 같은 서늘함이었다.
“지호 씨, 빨리 가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 가요!”
나는 울부짖었다.
유승현에게는 열 명이 넘는 경호원이 있었고 권지호는 혼자였다.
게다가 가냘픈 선비 같은 사람이니 사지로 뛰어드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권지호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는 테이블 앞으로 다가오더니 느릿느릿하게 가죽 장갑을 벗어 잘 접은 뒤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새 의료용 라텍스 장갑을 꺼내 끼기 시작했다.
우아하면서도 엄숙하고, 의식을 치르는 듯한 그 동작은 마치 부검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승현 씨.”
장갑을 다 낀 권지호가 깍지를 끼고 손마디를 가볍게 풀자 뼈 마찰음이 들렸다.
“형법 제238조, 타인을 불법으로 감금한 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34조, 타인의 신체를 고의로 상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그가 고개를 들자 금테 안경 너머로 서늘한 안광이 번뜩였다.
“경합범으로 가중 처벌될 텐데, 어떻게 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