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법의학자이자 남자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권지호는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했다.
차 내부에는 무서울 정도로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몸을 웅크린 채 그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웠고 턱선은 팽팽하게 날이 서 있었으며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미안해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왜 사과하는 거죠?”
권지호는 그저 앞만 응시하고 있었고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지호 씨한테 숨긴 것과 그런 곳에 간 것, 그리고 지호 씨까지 휘말리게 한 것도 미안해요...”
끼익!
차가 급정거하며 길가에 멈춰 섰다.
권지호는 안전벨트를 풀더니 내 쪽으로 몸을 바짝 밀착해 왔다.
내가 겁을 먹고 뒤로 움츠러들자, 그는 그저 손을 뻗어 내 입가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아파요?”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부드러워졌고 그 안에는 미세한 떨림이 서려 있었다.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툭 떨어졌다.
“아파요...”
권지호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차가운 입술로 내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지유 씨, 지유 씨는 내가 그저 시체나 상대할 줄 아는 범생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말에 나는 멍해졌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
권지호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법의학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자이기도 해요. 나조차 믿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지유 씨를 지켜줄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유승현은...”
“유승현 같은 인간은, 지유 씨에게만 그런 짓을 저지르진 않았을 거예요.”
권지호는 다시 자리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오늘 밤은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의 일은 나한테 맡겨요.”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권지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법의학자의 책무는 죽은 자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죄악을 드러내는 거예요.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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