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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클럽 안, 상석에 앉은 임가을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다들 옆에서 서성이며 아첨하기 급급했다. “가을아, 오늘 네 생일이니까 내가 다 계산할게.” 한 남자가 잔을 들며 임가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나한테 그깟 술값이 없을 것 같아?” 임가을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이리 와.”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네.” 나는 재빨리 다가가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손.” 이내 순순히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퉤.” 가래가 손바닥에 떨어졌다. 곧이어 뜨겁고 붉은 불빛이 번뜩였다. 임가을은 거의 다 타들어 간 담배를 내 손바닥 위에 비벼 껐다. “이제 꺼져.” 나는 고통을 참으며 찡그린 얼굴로 대답했다. “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무미건조한 말투였다. 워낙 비일비재한 상황이라 이미 익숙했다. 지난 3년 동안 손바닥에 침을 뱉는 것보다 더 심한 일들도 많았다. 나는 세면대 앞에서 손을 깨끗이 씻었다. 룸에 다시 돌아갔을 때 온갖 조롱이 들려왔다. “가을아, 네 시종 왔네.” “충성심 테스트 한 번 해볼까?” 술자리의 그 누구도 나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임가을 옆으로 다가갔다. “대표님, 시간이 늦었어요.” 하지만 입을 열자마자 까칠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눈이 마주친 순간 임가을이 카드 한 장을 내 얼굴에 던졌다. “가서 방 잡아. 오늘은 집에 안 갈 거야.” “네.” 나는 카드를 집어 들고 다시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클럽 바로 옆에 호텔이 있다. 방을 잡자마자 임가을의 전화가 걸려 왔다. “룸 넘버 보내.” “알았어.” “어디 가지 말고 문 앞에서 기다려.” “그래.”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지난 3년간 그녀의 어떤 명령도 거역한 적이 없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임가을은 한 남자와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왔다. 아까 클럽에 있던 그 사람이었다. 남자는 마치 승자처럼 으스대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말 참 잘 듣네.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리고, 우리 집 강아지보다 더 착한데?” 임가을이 고개를 돌려 흘깃 쳐다보았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잖아. 어차피 우리 집 떠나면 고생길밖에 없어.” 두 사람이 비아냥거리며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마자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나는 등을 돌리고 최대한 피하려 애썼다. 이때, 가방이 날아와 뒤통수를 가격했다. “오늘 밤 문 앞에서 지키고 있어. 거기서 꼼짝도 하지 마. 내일 안 보이기만 해 봐. 아빠한테 바로 일러버릴 거야.”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문이 쾅 닫혔다. 대문 너머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입 닥쳐.” 나는 복도에 멍하니 서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철없는 재벌 집 공주가 뭘 알겠는가? 내가 매일 밤 병원에서 여동생을 돌보고 낮에는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다는 걸. 설령 임가을의 아버지일지언정 딸이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임가을은 그저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바지사장이라 낮에는 무조건 회사에 나가야 했다. 그리고 애초에 이 모든 건 임가을의 아버지와 내가 맺은 계약 때문이었다. 계약 금액은 4억, 조건은 3년 동안 임가을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해야 할 정도의 완벽한 복종. 그게 계약 내용이었다. 즉, 4억 원에 내 인생의 3년을 판 셈이다. 그 돈은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여동생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눈을 뜬 적이 없었다. 그동안 나는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지친 몸, 꺾인 자존심. 그러나 단 한 마디 원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상념에서 벗어났다. 어차피 계약은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았고, 3년 동안 이미 할 만큼 했다. 임가을이 건방지게 구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참았고 이제 서로 빚진 게 없었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가 임가을의 가방을 프런트에 맡겼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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