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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그 말이 떨어지자 나와 한다정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 한다정의 말대로 됐을 줄이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예상이라도 한 듯 임가을이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때? 정윤재, 한다정 씨. 재원 그룹에서 문전박대 당했지?” 임가을은 팔짱을 낀 채, 온몸으로 우쭐함을 뽐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재원 그룹이 임씨 가문과의 협력 중단을 흘려놓고 우리까지 끌어들인 뒤에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떠오르는 건 역시 임태경이었다. 그 외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없었다. 임가을? 그녀에게 그런 힘은 없었다. “대단하네. 임 대표, 축하할 일이지.”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정윤재, 너도 살기 쉽지 않을 텐데 이참에 이렇게 하자.” “다시 임씨 가문으로 돌아와. 전에 말한 대로 월급은 열 배. 이번 프로젝트도 전부 네 손에 맡길게.” “단,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철저히 내 개가 돼야 해. 알겠어?” 임가을은 손에 든 계약 서류를 흔들며 우쭐거렸다. 그 말투엔 노골적인 조롱이 묻어 있었다. “못생긴 건 얼굴 하나로도 충분한데 네 상상력은 더 추하네.” 나는 차갑게 내뱉고는 더 이상 말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 한다정을 끌고 차에 올랐다. “정윤재! 어디서 잘난 척이야? 곧 네 회사 망할 테니까 두고 봐!” “그때 네가 꼬리 내리고 기어와도 내가 받아줄 것 같아? 그땐 내 앞에서 울어도 소용없을 거야!” 임가을은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쳤으나 나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액셀을 밟았다. 운전석 옆에서 한다정은 여전히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이번 건 정말 이상해.”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머릿속은 이미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 그때 한다정이 뭔가 떠오른 듯 중얼거렸다. “윤재야, 설마 임가을이 며칠 새에 진짜 성장이라도 한 거 아닐까?”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 여자가? 세상이 멸망해도 그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치지 마. 차라리 귀신을 믿으면 믿었지 임가을이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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