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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죄송합니다. 초대장이 없으면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경호원이 우리의 앞길을 막혔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전해주세요. 임가을 씨에게 축하 인사 드리러 왔다고요.” 그렇게 말하면 임가을은 분명 기뻐하며 얼른 들여보내라고 할 거라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임 회장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내용이라 모실 수 없습니다.” 경호원의 말에 나는 눈을 살짝 좁혔다. '임태경? 역시나 치밀하군. 처음부터 초대장이 없는 것도 그 사람 뜻이었구나.' “왜? 못 들어가?” 그때, 익숙하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이선아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이분이 한다정 씨죠?” “안녕하세요, 저는 윤재 친구, 이선아라고 해요.” 이선아가 손을 내밀자 한다정은 잠깐 망설였지만 곧 악수를 받아줬다. “윤재가 늘 말했어요. 다정 씨는 미모도 능력도 뛰어나다고. 오늘 보니까 정말 그러네요.” “이런 분이 옆에 있으니 다른 여자들한테는 눈길도 안 가는 건 당연하죠. 제가 남자라도 다른 여자 안 보일 거 같아요.” 이선아의 칭찬에 한다정은 눈을 깜빡이며 나와 이선아를 한 번 훑어본 뒤,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선아 씨야말로 원정그룹의 명문가 따님이시잖아요. 듣던 대로 대단하신 분이네요.” “과찬이세요.” 두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훈훈하게 칭찬을 주고받았지만 나는 뭔가 묘한 기류를 느꼈다. 말 속에 미묘한 견제 같은 게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오늘은 꽤 재미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이선아가 경호원을 향해 말했다. “제가 이 분들 모시고 들어가는 건데 문제 있나요?” 경호원의 얼굴에 순간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이선아 씨, 그게...” “응? 혹시 나 막겠다는 건가요? 그럼 내가 직접 임 회장님께 전화 드릴까요?” 이선아가 눈빛을 차갑게 바꾸자 경호원은 더 말도 못 하고 어쩔 수 없이 우릴 들여보냈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선아는 자리를 피했다. “제가 좀 볼 일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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