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차도겸은 윤라희가 묵는 호텔까지 찾아왔을 뿐 아니라 객실 번호까지 알아내고는 카드를 받아 그대로 들어왔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요즘 정신없이 바빠서 하루 종일 땅을 디딜 틈도 없었건만 막상 이 방 안에 들어서 그녀의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갑작스레 밀려온 건 졸음이었다.
그렇게 소파에 앉은 채 잠이 들어버렸고 누군가 들어왔는지도 몰랐다.
차도겸은 눈앞의 여자를 깊은 눈으로 바라봤다. 그 눈동자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깊고 묘했다.
사실 그 자신도 잘 모를지도 몰랐다. 이 여자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놓아줄 수 있는 그런 ‘전처’에 불과할까?
‘윤라희, 대체 널 어쩌면 좋을까...’
“나...”
윤라희의 물음에 차도겸은 순간 시선을 피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복부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평온한 말투였지만 그 속엔 어딘가 미세한 허약함이 스며 있었다.
“오늘 술을 좀 마셨더니, 위가 좀 안 좋아서.”
그제야 윤라희는 그의 지친 얼굴 아래 어쩐지 불그스름한 기색이 감도는 걸 알아차렸다. 가까이 가니 짙은 술 냄새도 났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걸까. 예전의 그는 술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접대가 있어도 늘 절제했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위가 아프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병원에나 가지 왜 여기까지 왔냐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차도겸이 입을 열었다.
“그때 네가 위에 좋다고 챙겨줬던 차, 받으러 왔어.”
윤라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냥 그때부터 참견하지 말아야 했다.
그녀는 캐리어를 꺼내더니 안에서 약차 한 봉지를 꺼냈다. 호텔 주방에 부탁해 끓인 후, 조용히 가져와 그의 앞 테이블에 놓았다.
말없이 찻잔을 내려놓은 뒤, 윤라희는 등을 돌려 자신이 가져온 다른 약차들을 하나하나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차도겸은 그녀가 내려놓은 찻잔을 들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술기운 어린 시선이 그녀의 매끄러운 등 라인에 고정돼 있었다.
그녀가 들고 온 약차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챙겨온 것으로 그리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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