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0화
윤라희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상대가 강한 것은 별로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진짜 두려운 것은 오히려 도움 안 되는 아군이었다.
“먼저 다가가지도 않고, 책임도 안 지고, 거절도 안 하죠. 은근슬쩍 애매모호한 분위기는 잘 만드는 주제에 먼저 다가가지는 않아요. 들이대긴 하지만 그렇다고 책임도 안 지죠. 이성의 호의를 거절하지도 않으면서 명확한 대답은 안 해줘요. 그렇게 하나하나 남겨두고 어장을 치는 거예요. 상대가 먼저 미쳐 날뛰도록 만들죠. 이런 사람들을 보통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그 말에 연수진과 하유선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윤라희는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리더니 태연한 목소리로 두 글자를 내뱉었다.
“꽃뱀.”
그 말에 하유선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현장 분위기 역시 묘하게 바뀌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뒤틀리더니 의심과 은은한 비웃음 섞인 눈빛으로 하유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틀린 말도 아니잖아? 하유선도 서경민의 마음을 뻔히 알면서 제대로 받아준 적 없잖아. 그렇다고 딱 잘라 거절도 안 하고. 오히려 서경민이 베풀어주는 모든 호의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기만 했지.’
솔직히 말하자면 하유선이 연예계에서 그토록 순탄하게 지내왔던 것도 전부 집안이 좋아서가 아니라 서경민이 늘 곁에서 지켜준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런 호의를 너무 당연하게만 여겨왔다.
그동안 하씨 가문의 금지옥엽 외동딸이라는 신분과 서경민의 노골적인 보호 덕분에 그저 넘어가 주었지만 다들 마음속으로는 그녀에 대한 경멸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윤라희가 이렇게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나설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의 체면도 봐주지 않은 채 단호하고도 차가운 말만 내뱉었다.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서경민의 모습에 사람들은 더욱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오호라, 이거 재밌겠는데?’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가 하유선에게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서경민이 바로 달려들어 막았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하유선이 대놓고 망신을 당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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