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화
어쩐지 아까 하유선이 윤라희에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질 때도 서경민이 나서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윤라희한테 정신이 팔려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거였어!’
윤라희는 팔짱을 낀 채, 비웃음 어린 얼굴로 모든 광경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유선이 억울한 표정을 짓는 게 꽤 통쾌하고 재밌었다.
‘나도 내가 이 정도로 재밌어할 줄은 몰랐는데, 정신이 나간 걸까?’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이렇게나 즐거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하유선은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을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으니 먼저 말을 꺼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서경민이 듣지 못했다니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에서 하유선은 굴욕을 당한 적이 없을 것이고, 윤라희의 말 때문에 영향받을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유선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흐릿한 안개가 깔린 듯 몽롱한 눈빛에서는 왠지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서경민의 심장이 작게 요동쳤다.
‘정말 예쁘다.’
하지만 예뻐봤자 윤라희만큼까지는 아니었다.
윤라희가 떠오르자, 서경만의 시선은 다시 그녀에게 돌아갔다.
하유선은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은 욕설을 속으로 삼켜냈다.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지만 손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주먹을 꽉 쥐고 있었던 탓에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 정도였다.
그녀는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고 말했다.
“경민 오빠, 다 차에 올라탔으니까 우리도 이만 출발하자.”
말을 마친 하유선은 차 곁으로 걸어가며 서경민이 달려와 문을 열어주기만 기다렸다.
평소대로라면 서경민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그의 차를 탔었다. 하유선을 워낙 아꼈던 서경민은 매번 신사처럼 문을 열어주거나 잡아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서경민은 하유선에게 다가가지 않고 계속해서 윤라희만 바라보며 난처한 얼굴을 했다.
윤라희는 서경민의 차를 타고 왔다. 따로 사이가 좋은 사람도 없었으니, 사실상 윤라희를 데려다 줄 사람은 서경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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