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호텔에서 나온 윤라희의 휴대폰이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깜짝 놀라며 얼른 휴대폰을 꺼내 든 그녀는 그 안에 가득 쌓인 각종 연예계 계정의 SNS 푸시 알림을 확인했다.
그다음 순간 그녀는 그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윤라희 복귀’라는 해시태그가 온갖 이슈가 넘쳐나는 SNS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거침없이 뚫고 올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윤라희 이혼 빈손으로 쫓겨나’를 단숨에 제치고 정점에 등극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또 다른 해시태그 ‘윤라희 침대 캐스팅’도 만만치 않게 치고 올라가 다른 모든 이슈를 제치고 굳건히 2위를 차지했다.
윤라희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왠지 아주 아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제발...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손끝이 떨리는 걸 느끼며 조심스럽게 클릭해 본 결과 그녀가 위장하고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서경민과 마주 앉아 있는 사진이 떡 하니 게시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건 윤라희가 서경민의 수건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장면이었다.
반쯤 감긴 눈, 유혹적인 표정. 누가 봐도 상상력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사진이었다.
댓글은 더 끔찍했다.
[와, 진짜 양심 어디다 팔았냐?]
[지저분해. 얼굴에 철판 깔았나?]
[저런 것도 사람이냐? 진짜 토 나온다.]
[제정신이면 지금 저 꼴로 복귀하겠냐?]
[저딴 게 배우였다는 게 부끄럽다.]
윤라희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휴대폰을 내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알았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온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건 틀림없이 서경민이 계획한 일이었다.
윤라희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참자. 욕하면 안 돼. 나는 교양 있는 사람이다. 나는 우아한 숙녀니까...’
그러나 다시 사진을 한 번 더 보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서경민, 이 개자식... 진짜 날 끝장내려고 작정했네.’
...
“뭐라고?! 윤라희가 복귀한다고?!”
개인 대기실.
하유선은 벌떡 일어나며 이를 악물었다. 눈빛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말도 안 돼. 그 여자의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 다 토할 지경인데, 지금 복귀를 하겠다고?’
“그게... 서 대표님이 직접 언론에 흘린 거래요...”
로드 매니저가 조심스레 휴대폰을 내밀었다.
하유선은 거칠게 폰을 낚아채더니 실시간 1위에 떠 있는 해시태그를 확인하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서경민, 미친 거 아니야? 아니, 나랑 한 편 아니었어? 내가 윤라희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저걸 허락해?’
하유선은 화가 치밀었지만 당장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서경민은 괜찮은 집안 배경을 가진 남자였고 하유선 입장에선 적당히 감정을 빼고 다뤄야 하는 보험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그의 앞에서는 다정한 척해야 했고 예쁜 말만 써야 했다.
“언니, 이제 어떡하죠?”
로드 매니저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윤라희는 과거 레온 엔터의 절대적 일인자였다. 지금 복귀하면 하유선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유선은 코웃음을 쳤다.
“내가 걔를 무서워하겠어?”
‘이제 와서 뭐? 평판도 바닥이지, 얼굴도 다 알려졌지. 그딴 꼴로 무슨 복귀야. 댓글 하나에도 멘탈 터질 애가.’
하유선은 그날을 떠올렸다. 윤라희가 한창 주가를 올릴 때였다. 수많은 광고, 팬덤, 스포트라이트가 전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추문으로 그 모든 게 무너졌다. 그때 떨어진 조각을 주워 담아 하유선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배불리 나눠 가졌고 이제는 다들 그 위치에 올라섰다.
그런데 윤라희가 복귀를 선언했으니 연예계가 발칵 뒤집히고 그녀를 죽이려고 덤벼들 인간들이 넘쳐날 터였다.
하유선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여유롭게 웃었다.
“좋아. 어디 한번 두고 봐. 내가 어떻게 다시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지... 아주 재미있게 놀아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