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방금 부모님이랑 TV 보느라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 뒀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약간 억울한 듯한 목소리에 서경민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정말 착한 여자야. 이런 일로 사과할 것까지야...’ “괜찮아. 그냥 네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연락했어.” “역시 오빠가 제일 좋아요.” 하유선은 부드럽게 말했지만 입가에는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맴돌았다. 그녀는 모든 남자를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놀리는 느낌을 즐겼다. “오빠, 왜 이렇게 급하게 저를 찾았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서경민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유선아, 너와 차 대표님의 그 일... 사실이야?” 물어보자마자 서경민은 조마조마해졌다. 하유선은 그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일 뿐만 아니라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였다. 그녀가 연예계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어 연애는 뒤로 미루고 싶어 한다는 걸 알기에, 그는 묵묵히 뒤에서 지켜왔다. 단지 그녀가 언젠가 뒤를 돌아봤을 때, 자신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경민은 받아들일 수 없는 대답을 들을까 봐 바짝 긴장해졌다. 하유선은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방금 윤라희에게 문자를 보낸 휴드폰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팬들이 자신과 차도겸을 향한 축복의 댓글을 흥미롭게 훑어보며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순진무구하게 흘러나왔다. “저랑 도겸 오빠요?” “응, 너 혹시 그 사람이랑... 사귀는 거야?” 하유선은 어리둥절한 듯 말했다. “오빠, 무슨 말씀이세요?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전 도겸 오빠를 그냥 오빠로만 생각해요. 사귀는 건 무슨...” 서경민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어눌한 목소리로 물었다. “인터넷에 뜬 기사 안 봤어?” “아뇨, 오늘 밤은 계속 부모님이랑 있었어요. 방금 핸드폰을 켰는데... 잠시만요, 제가 확인해 볼게요.” 서경민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불안에 떨었다. 한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