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리허설은 잘 진행되고 있어?”
서범준이 물었다.
유미희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요. 아직 조금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있어요.”
서범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뒤 윤라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 연주를 들어보고, 네가 평가해보는 건 어때?”
이 말이 나오자마자 서범준과 윤라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달라졌다.
국가 민족악단에 들어올 수 있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부심이 강한 인재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전 인터넷에서 악평이 자자한 윤라희가 도덕성도 의심받는 연예인이 그들을 평가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체 윤라희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판단해?’
‘윤라희 따위가 감히?’
민속 음악 선발전에서 약간의 실력을 보여준 건 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연 일부일 뿐 제대로 된 예술가의 무대에 오를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고결함을 갖춘 사람들이었고 윤라희 같은 연예인이 자신들을 평가한다는 건 모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서범준이 직접 말했기에 아무리 속이 뒤집혀도 감히 내색할 수 없었다.
눈으로 윤라희를 노려본 뒤 억지로 자리로 돌아가 악기를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서범준과 윤라희는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윤라희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곡, 누가 작곡한 거예요?”
윤라희는 이 곡을 처음 들었고 아마 새로 작곡된 곡일 것이다.
서범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우리 악단에는 작곡 부서가 있어. 내가 주 멜로디를 주고 나머지는 작곡 부서 학생들이 협력해서 작곡했다. 민속 음악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작곡 실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공연 곡 중 상당수가 내부에서 창작돼.”
“우리 민족악단의 수준, 꽤 괜찮지 않아?”
서범준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가슴을 살짝 폈다.
“괜찮네요. 연주도 좋았어요.”
윤라희가 짧게 대답했다.
두 사람이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때때로 나직하게 웃는 모습을 본 단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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