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그들이 연습하던 곡은 사실 온설희가 최종적으로 수정한 버전이 아니었다.
유미희는 최근 작곡 공부를 시작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고 그런 만큼 천재 특유의 자만심도 있었기에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컸다.
그래서 첫 연습 때부터 [설한을 뚫고 핀 꽃]의 일부가 자연스럽지 않다며 수정을 제안했다.
이곳 사람들은 연주 실력은 뛰어나지만 작곡엔 문외한이었고 유미희가 팀장이었기에 연습은 그녀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유미희가 수정하자고 하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윤라희가 그 수정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 전부 원래대로 되돌려 연주한 것이다.
윤라희가 마지막으로 연주한 멜로디를 들은 박범준은 감탄하며 손뼉을 두 번 쳤다.
“좋아, 정말 좋아. 수정하고 나니 곡이 훨씬 매끄러워졌고 전체적으로도 더 힘차고 고조돼. 원래 버전은 다소 부드럽고 효과가 부족했거든. 지금은 기개와 당당함이 확실히 느껴져.”
그 말을 들은 단원들의 시선이 모두 은근슬쩍 유미희를 향했다.
윤라희와 박범준은 곡이 수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전에도 원곡을 한 번 연주한 적이 있었고 비록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지금 윤라희가 되돌린 부분이 바로 유미희가 고치자고 했던 부분이라는 건 어렴풋이 기억났다.
즉, 유미희가 잘못 수정한 걸 윤라희가 되돌려놓은 셈이었다.
윤라희는 원곡 악보를 본 적도 없고 유미희가 편곡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순전히 음악적인 전문성과 직감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결국 유미희가 잘못 판단했던 것을 드러낸 셈이고 결과적으로는 아는 척하다 들킨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미희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누군가 뺨을 수차례 때린 것처럼 수치심이 밀려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유미희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푹 숙였고 눈엔 분노가 어렸다.
‘분명히 일부러야! 윤라희, 네가 일부러 그런 거잖아!
내 가야금을 못 만지게 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날 창피 주겠다는 거지!’
윤라희는 분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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