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백세헌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강인아가 말했다.
“핏줄을 잇는 게 인연결을 푸는 방법이라면, 왜 안 해보겠어요? 어차피 한 침대에서 억지로 같이 잘 바에는, 차라리 실질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죠. 아이 태어나서 회장님의 미래 혼사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되시면, 저는 아이 데리고 회장님 세계에서 떠날게요. 그리고 아이한테 아빠는 단명해서 이미 세상 떠났다고 말할 거예요.”
백세헌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내 피가 밖에 떠돌게 두지는 않아.”
강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돼요! 저처럼 인내심도 부족하고 성격도 고약한 사람은, 애 키워도 애만 망칠 거예요. 그럼 회장님 말씀대로 아이가 생기면 백씨 가문에서 키우세요.”
그녀는 계속해서 그의 바지춤을 풀었다.
“합의는 끝났으니, 지금부터 바로 시작하죠. 힘 좀 써주세요. 열 달 뒤에 서로에게 자유를 돌려주자고요.”
백세헌이 그녀의 제멋대로인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만해!”
강인아의 동작이 멎었다.
“제가 장난치는 줄 아세요?”
“아니면 뭐?”
그녀는 내려다보듯 그와 눈을 맞췄다.
“백 선생 아버지하고 그 영감 사이에 무슨 약속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예전 인연을 굳이 캐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한다, 그게 제가 살아온 방식이에요. 지름길이 있다면 왜 안 해봐요?”
백세헌이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그렇게나 내 애를 낳고 싶어?”
강인아가 맞받았다.
“제가 나중에 아이를 핑계로 붙잡고 늘어질까 봐 겁나세요?”
“내 피는 아무 여자나 가질 자격 없어.”
강인아가 그를 툭 밀쳐냈다.
“그 피 아까우시면, 그냥 같은 침대에서 버티고만 계시죠.”
말을 마친 그녀는 그가 풀어놓은 넥타이를 둥글게 말아 내던졌다.
정확히 전등 스위치를 때리며 어둑하던 방은 순식간에 칠흑같이 잠겼다.
“애 안 낳을 거면 얼른 주무세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요.”
그녀는 몸을 돌려 그대로 고개를 박고 잠들었다.
백세헌은 속이 답답했다. 강인아라는 여자는 천성부터 그의 천적이었다. 만나고부터 되는 일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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