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하지만 백시후는 순순히 잡힐 리가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리모컨을 낚아채고 경고했다.
“내가 이 빨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이 배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랑 같이 죽게 될 거야.”
문해성 일행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백세헌은 강인아를 끌어당겨 자신의 뒤로 숨기려 했다.
그러자 강인아는 다시 백세헌을 밀어내고 백시후에게 말했다.
“한번 눌러봐요.”
백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그냥 숨어 있을 순 없어?”
“제가 왜 숨어야 하는데요?”
백세헌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남자가 자신이 신경 쓰는 여자를 보호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잠깐, 신경 쓰는 여자?’
백세헌은 갑작스러운 이 생각에 깜짝 놀랐다.
‘내가 무의식중에 이미 강인아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강인아의 말에 엄청나게 자극받은 백시후가 소리쳤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이거지? 좋아, 오늘은 너희랑 함께 끝장을 보겠어!”
그는 빨간 버튼을 힘껏 눌렀고 유람선에서 폭발음이 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장면은 발생하지 않았고 유람선 전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백시후는 한 번으로 안 되자 두 번, 세 번,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이 눌러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모든 폭탄이 터지지 않는 거야?”
강인아는 교활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가연성 물질은 제가 미리 사람을 시켜 전부 바다에 던져버렸거든요.”
이때 한서준이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강인아 씨가 알려주신 폭탄 위치는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요. 이미 모든 폭탄을 제거했습니다.”
백세헌은 한서준이 강인아에게 은밀히 조종당하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백세헌이 강인아에게 물었다.
“배에 폭탄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강인아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주예원과 다툴 때, 유람선의 네트워크 백스테이지를 살펴보니 몇 군데 이상 신호가 포착돼서 서준 오빠한테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기절한 척 잡힌 것은 순전히 구경거리를 보러 온 것이었다.
백시후는 이번 승선에서 자신이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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