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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고지수는 본능적으로 비켜서고 싶었다. 그러나 앞치마 끈이 심동하의 손에 잡혀 있었고 그대로 두 걸음쯤 그의 쪽으로 끌려갔다. 순간, 심동윤과의 거리가 확 벌어졌다. 심동윤의 눈빛은 날카롭고 싸늘했다. 심동하는 못 본 척 천천히 그녀의 앞치마를 매어주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결코 장난스럽지 않았다. “지수 씨 거 맞죠?” “맞아요.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고마워할 것 없어요.” 심동하는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아예 조금 전 고지수를 끌어낸 그 자리로 자연스레 들어서 손을 놀렸다. “내가 할게요. 나 할 줄 알아요.” “안 돼요, 손님이신데요. 제가 할게요.” “이미 손댔어요. 걱정 마요, 방해는 안 될 테니까.” 싱싱하게 펄떡이던 새우가 그의 길고 곧은 손가락에 잡히자마자 얌전해졌다. 등을 가르고 내장을 빼내는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했다. 꼭 마트 수산 코너에서 삼십 년 일한 장인처럼 말이다. 고지수는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옆에서 지켜보던 심동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지금 그 말, 결국 내가 여기서 방해만 된다는 뜻 아냐? “심 대표님, 회사 일로 바쁘신 분이 이런 것도 다 하시네요. 전혀 몰랐습니다.” 그 속뜻은 이러했다. ‘주방 들어올 시간이 어디 있다고 여기서 잘난 척이에요?’ 심동하는 시선을 살짝 들어 무심히 심동윤을 보더니 감정 없는 말투로 반문했다. “이런 건 기본 생활 스킬 아닌가요?” “...” 고지수는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보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두 사람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를 미워했지?’ 장민영은 자기가 들고 있던 채소를 꼭 끌어안고 슬금슬금 두 걸음 물러섰다. 분명했다. 고지수를 놓고 심동하는 지금 심동윤을 ‘경쟁자’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괜히 피 튀는 판에 끼어들었다간 나만 다치지...’ 잠시 후, 심민지와 매니저가 도착했다. 집 안에 들어서자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모두 부엌에 몰려 있었다. “어머! 오늘 샤브샤브는 직접 손 안 대면 못 먹는 거야?” 고지수는 채소를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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