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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알겠어요.” 고지수는 시선을 피한 채 조용히 말했다. 심동하는 그대로 서 있었다. 말없이 마주 선 채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고 결국 먼저 시선을 돌린 건 고지수였다. “이제 비켜요.” 그녀는 여전히 그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심동하는 잠시 고요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 “지수 씨는 저를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이상하게 제가 진 기분이네요.” 고지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얼굴이 달아올라 더는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심동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의 체온이 멀어지며 공기 속이 서늘해졌다. 고지수는 긴장을 풀며 급히 소파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 이상 볼 일 없으면 이만 갈게요.” 그녀가 문 가까이에 다다랐을 때, 심동하의 낮은 목소리가 등을 스쳤다. “그냥 그렇게 가면 저한테 예의가 아니죠.” 고지수가 멈춰 서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뜻이에요?” 심동하는 느긋하게 미소 지었다. “지수 씨는 노민준 만나러 온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 사람보다 지수 씨랑 보낸 시간이 더 짧으면 밖에서 뭐라고 하겠어요?” 고지수는 잠시 말이 막혔다. 사진 사건으로 이미 소문이 무성한데 그런 얘기라도 돌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게 분명했다. 결국 고지수는 다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심동하는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차분히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방 안의 공기엔 묘한 거리감만 맴돌았다. 고지수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진한 향이 입안에 퍼졌지만 쓴맛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컵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내 일을 처리했고 시간이 유난히 느리게 흘렀다. 전에는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는데 지금은 분 단위로 버겁게 느껴졌다. 심동하는 펜을 손에 쥔 채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생각은 전혀 그곳에 있지 않았다. 몇 줄을 읽다 말고는 자꾸만 시선이 고지수 쪽으로 향했다. 고지수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저 세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고요함이 오히려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심동하는 괜히 짜증이 치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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