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노민준은 그녀의 말에 움직임을 우뚝 멈췄다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다행이네.”
고지수는 한시름 놓은 듯한 얼굴을 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 내일부터 당분간 집에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찾아오지 마. 숙려기간 끝나는 날에 다시 보는 거로 해.”
“공책 안 주울 거야?”
노민준이 물었다.
“방금 내가 쓰레기통에 버린 거 못 봤어? 네가 금고에 소중하게 넣어뒀던 걸 내가 버렸다니까?”
‘왜 안 주워? 이제는 필요 없어진 거야?’
노민준이 다급하게 물었다.
고지수는 그의 말에 쓰레기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낡아빠진 공책을 굳이 금고에 넣어뒀던 건 그때는 그게 정말 소중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왕 연 거 나머지 물건들도 다 버려주면 고맙겠네.”
노민준은 그 말에 심장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파 죽을 것 같았다.
고지수는 고개를 돌려 그나마 대화가 통할 것 같은 박주경을 바라보았다.
“이만 저 인간 데리고 가주세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일말의 미련도 없이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노민준은 고지수가 움직이자 반사적으로 함께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또다시 경비원에 의해 제지당해 버렸다.
“지수야... 나 너무 괴로워... 아프다고...”
박주경은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 같은 꼴의 친구를 보며 어깨를 토닥였다.
“너 제수씨랑 이혼하기 싫은 거 맞지?”
노민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박주경은 질린다는 표정을 짓더니 아무 말 없이 그를 끌고 차량 쪽으로 향했다.
‘등신 같은 게, 자기 마음 하나 몰라서. 쯧쯧.’
“너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 진짜.”
박주경은 그를 뒷좌석에 밀어 넣고는 자기도 옆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피곤한 몸을 기대며 눈을 좀 붙이려는데 갑자기 노민준이 큰 소리로 외쳤다.
“차 세워!”
깜짝 놀란 박주경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왜? 또 뭔데?”
노민준은 차량이 다 멈춰서기도 전에 뛰어내리더니 냅다 쓰레기통 쪽으로 뛰어갔다.
박주경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보더니 이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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