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하준혁은 여수민의 화면을 흘긋 한 번 보고는 특별한 반응도 없이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운전 자세마저 느긋했는데 대범하고 자유분방한 여유가 보였다.
여수민은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괜히 머쓱해졌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볼 용기는 없어서 시선을 아래로 떨구다 문득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길고 단정한 손가락과 뼈마디가 또렷하게 드러난, 조각한 듯한 손.
손목엔 과하지 않은 다이아가 박힌 시계가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 순간 만월 VIP 룸에서 들렸던 ‘딱’ 하는 맑은 금속음이 떠올랐다. 여수민은 뒤늦게야 그 소리가 하준혁의 시계가 문고리와 부딪쳐 난 소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이 금세 뜨겁게 달아올라 그녀는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그때 하준혁이 나른하게 말했다.
“부르고 싶으면 같이 불러요.”
여수민은 마음이 스르르 놓여 급히 남민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남민우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수민아, 우리 다른 날 가면 안 될까? 요즘 너무 바빠서...]
여수민은 살짝 실망했지만 곧바로 답을 보냈다.
[알겠어요. 하지만 내가 준혁 씨한테 이미 약속을 해서 이번엔 내가 가고 다음엔 우리 둘이 같이 감사 인사 드려요.]
잠시 후,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뜨고 오랜 뒤에야 그는 알겠다고 답장했다.
이어지는 건 당부였다. 술 절대 마시지 말 것, 도착하면 위치 공유할 것, 일찍 집에 갈 것, 집에 도착하면 영상통화할 것.
여수민은 알겠다고 답하고 문자 음성을 틀어 하준혁에게 설명했다.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
하준혁은 생상했던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 달라 혼자 깨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무심히 물었다.
“뭐 먹고 싶어요?”
여수민은 바로 글을 쳤다.
[제가 대접하는 자리니까 준혁 씨가 골라주세요.]
그리고 곧이어 한 줄을 더 적었다.
[저는 연경 식당을 잘 몰라요.]
하준혁이 웃었다.
“나도 귀국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요. 아무 데나 가죠.”
여수민은 머릿속을 뒤져 남민우와 함께 갔던 곳들을 떠올렸다. 둘 다 바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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