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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여수민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둘은 같은 연구실 소속이고 지도교수는 남민우에게 진서하를 데리고 실험하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번호를 지우는 건 오히려 더 어색했다. 그리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여수민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남민우의 손을 살짝 빼내며 조용히 글을 쳤다. [오빠가 그 친구를 싫어하는 건 알아요. 하지만 오빠는 정말 도를 몰라요. 두 사람 엄청 친해보였어요. 그리고 내 얘기하면서 비웃었잖아요. 그건 예의 없는 거고 나뿐만 아니라 오빠 자신에게도 무례한 거예요. 민우 오빠, 진서하가 오빠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었죠?] 남민우는 그녀가 타이핑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속에서 그는 여수민이 금방이라도 인파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질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 불안 때문에 판단이 흐려졌고 그녀의 메시지를 읽자마자 본능적으로 반박이 튀어나왔다. “내가 도를 모른다고? 그럼 너는? 너랑 그 하준혁 씨는? 너는 제대로 처리했어? 그 사람이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냔 말이야!” 여수민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존심을 손끝으로 직접 짓눌러 부수듯 천천히 글자를 눌렀다. [난 말도 못하는데 하준혁 씨가 왜 날 좋아할 거라 생각해요? 나랑 소통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요? 말 걸면 답도 제대로 못 하는데 피곤하지 않을까요? 난 노래를 불러서 그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도 없고 애교를 부릴 수도 없고 긴 얘기를 나눌 수도 없어요. 오빠가 자기 얘기할 때 내가 바보처럼 웃기만 하는 것처럼. 오빠는 수화를 아니까 참을 수 있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왜 참아야 하는데요.] 울 줄 알았는데 여수민은 이상하게도 아주 차분했다. 그녀는 메시지를 마친 뒤 휴대폰을 들어 남민우에게 보여줬다. 남민우의 눈시울이 단번에 붉어졌다. 그는 한 발 다가오더니 여수민을 꼭 끌어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수민아. 난 단 한 번도 너랑 소통하는 게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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