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하준혁은 안에서 움직임이 들리자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문을 두드렸다.
별다른 반응이 없어 막 문자를 보내려던 참에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하준혁은 고개를 들자마자 눈썹을 살짝 올렸다.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속으로는 확실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남민우보다 키가 커 내려다보는 시선이 마치 상대를 얕보는 것 같았다. 타고난 우월감과 냉담함이 숨김없이 드러나 강하게 느껴졌다.
남민우는 주머니 속에 주먹을 꽉 쥐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하준혁 씨, 오셨네요. 수민이가 방금 하준혁 씨가 케이크 가지러 오신다고 했는데 저희가 가져다드려도 될 일을 귀찮게 하셨네요.”
하준혁은 그의 말에 담긴 도발을 느끼고 담담한 표정으로 남민우를 넘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여수민은 등을 돌린 채 몸을 굽혀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티셔츠 자락이 청바지에서 빼져 약간 구겨져 있었고 머리도 흐트러져 있어 마치 방금 소파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하준혁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여수민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하준혁은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방해한 건 아니겠죠?”
남민우는 몸을 비키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어서 들어오세요.”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수민아, 소파 좀 정리해. 방금 엉망이 됐잖아.”
여수민은 이 상황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비벼져 엉망이 된 소파 커버를 정리한 뒤 고개를 돌려 하준혁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하준혁이 소파에 앉자 여수민의 부은 눈과 목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흔적이 보였다.
그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제삼자임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하준혁은 자신이 오기 전 이 좁고 낡은 다락방에서 두 남녀가 밀착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원래 여수민을 생일 파티에 초대하려던 마음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그는 여수민에게 특별히 관대했던 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고 남민우와의 감정에 매달려 망설이는 것까지 너그럽게 봐줬다.
하준혁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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