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밤이 깊어서야 요트가 바다 위에 안정적으로 멈추었다. 칠흑 같은 바다는 빛 한 점 없고 해안선 멀리 아스라이 희미한 불빛들만 깜빡였다.
바닷바람은 제법 서늘했다.
여수민은 담요를 둘러쓴 채 갑판에 기대어 하준혁과 그의 친구들이 밤낚시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준혁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여수민은 하준혁이 또다시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왜 화가 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수민은 왠지 모를 불안함과 막막함이 밀려와 난간에 기대 밤바다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태블릿이나 그림 도구라도 가져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지루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휴대폰도 안 가져와 혹시 누가 자신과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남민우가 자신의 집에서 황급히 떠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갑자기 슬픔이 북받쳐 오른 여수민은 이 관계도 완전히 끝나버렸음을 실감했다.
남민우는 정신뿐만이 아니라 몸도 이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진서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속이 텅 빈 것처럼 허무해진 여수민은 아예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대어 잠깐 잠든 척했다.
요트가 흔들릴 때마다 그녀도 점차 잠에 취해갔다. 거의 잠이 들 무렵,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에 겨우 눈을 뜬 여수민은 코앞까지 다가온 하준혁의 잘생긴 얼굴을 보았다.
하준혁은 여수민을 담요로 꽁꽁 싸매고 품에 안은 채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와 안쪽 객실로 향했다.
아무리 큰 요트라 해도 육지의 호텔과 같을 수는 없었다. 이 방은 작았고 침대 하나와 화장실이 전부였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여수민은 긴장하여 다리를 버둥거렸다.
하준혁은 여수민을 침대에 내려놓고 그녀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고개를 숙이자 약간의 술 냄새가 났다. 여수민은 담요 속에서 손을 빼내려 온 힘을 다해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하준혁은 웃으며 손등으로 여수민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담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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