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여수민은 잠시 멍해졌다. 이른 시각부터 기어이 자신을 깨우러 온 이유가, 단지 해돋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 하준혁은 이미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갑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술에 취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걸음은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었다. 다만 여수민은 자신의 손목을 옥죄는 그의 손이 평소보다도 훨씬 뜨겁고 단단하여 마치 숨통을 조이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여수민은 하준혁의 손에 이끌려 갑판 위로 올라섰다. 동쪽 하늘은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정말이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장엄한 광경에 잠시 넋을 놓는 사이 여수민은 이미 하준혁의 품에 안겨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형국이 되어 있었다. 뒤로는 난간과 거친 바다가 전부였다.
하준혁이 허리를 굽혀 여수민에게 또 한 번 입을 맞추려고 바짝 다가왔다. 이윽고 낮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여수민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수민아.”
여수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몸을 뒤로 물렸다. 하준혁은 굳이 억지로 그녀의 입술을 탐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여수민의 귓바퀴를 따라 술 냄새 섞인 뜨거운 숨결을 내뱉을 뿐이었다.
하준혁은 제대로 취해있었다.
여수민은 너무 당황스러워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아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냈다. 한동안 그 상태로 가만히 있던 하준혁은 못내 아쉬운 듯한 기색이었다. 그토록 고집불통이던 입술을 딱 한 번이라도 머금어 보려다가 문득 시선이 멈췄다.
가느다란 목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것이다.
입술이야 흔적이 없었지만, 아마도 목만큼은 아직 그 남자의 영역일 터였다.
하준혁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땐 이글거리던 욕구가 많이 잠재워진 후였다. 그는 여수민의 허리를 움켜쥐고 들어 올린 후 그녀를 돌려세워 난간 위에 앉혔다.
여수민은 두 발이 허공에 뜨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몸은 앞으로 쏠려 바다 쪽으로 기울어졌고 오직 허리에 감긴 하준혁의 팔만이 그녀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하준혁이 손을 놓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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