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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지영이 비서 맞죠? 왜 이제야 왔어요. 게임 시작했으니까 서둘러요!” 말이 끝나자마자 상대는 진초연을 억지로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그녀는 힘을 쓸 수 없었고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숨이 막히도록 달려 성지영이 있는 룸에 도착하니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왔다, 왔어. 소문으로만 듣던 준수 형을 위해 총알도 막아주고 너무 사랑해서 안달이 난 충성스러운 부하가 왔네.” “직접 보기 전에는 덩치 큰 아줌마인 줄 알았잖아. 총에 맞고 비행기에서 떨어졌는데도 안 죽어서. 그런데 몸매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몸매가 좋아도 무슨 소용이야? 그냥 재벌들 심부름꾼이자 스트레스 푸는 도구일 뿐이지!” 너도나도 한마디씩 진초연의 신분을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그저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모욕하고 무시해도 되는 건가?’ 진초연의 마음속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서둘러 이곳을 떠나고만 싶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성지영, 대체 날 왜 부른 거야?” 카드 하나를 탁자 위에 던지더니 성지영이 웃으며 말했다. “게임 중인데 당신이 내 비서니까 나 대신 벌칙 수행해야지.” “미친년.” 진초연이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길을 막는 두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진초연, 당신은 비서니까 상사를 위해 술을 대신 마시고 술자리를 함께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준수한테 당신 해고하라고 할 거야.” 진초연의 가슴이 철렁했다. 성준수가 그녀를 해고하면 집안의 가훈에 따라 계약은 무효가 된다. 권력자의 자리를 위해 참아야만 했기에 진초연은 이를 악물고 한 걸음 한 걸음 되돌아갔다. 성지영은 거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 진초연은 무려 다섯 병의 레드와인을 마셨고 온몸에 붉은 발진이 돋으며 머리가 어지러웠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 진초연은 두 남자에게 목이 꽉 잡힌 채 거대한 얼음통에 밀어 넣어졌다. 뼛속까지 싸늘한 추위가 스며들었고 얼음 조각에 긁힌 뺨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둔탁한 통증이 밀려왔다. 세 번째 라운드에서는 경기용 화살이 등장했다. 진초연의 동공이 급격히 움츠러들며 그들이 준비한 다음 게임을 알아차렸다. 문을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누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묶어! 내가 해외에서 가장 좋아하던 게 경기장에서 활 쏘는 거였어. 너희들에게 좀 보여줄게.” 순식간에 몇 명이 달려들어 진초연을 의자에 묶은 뒤 표적으로 삼았다. 성지영이 입꼬리를 비틀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활시위를 당겨 한 번에 쏘았다. 휙! 화살이 간발의 차로 진초연의 귀를 스쳤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날아왔지만 성지영은 일부러 빗나가게 쏘았다. “재미없네. 손이 굳었어!” 성지영이 화가 나서 활을 내던졌다. 덩달아 풀려난 진초연은 억눌린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짜악! 매서운 손바닥이 성지영의 얼굴을 강타했다.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지며 침묵이 감돌았다. 성지영이 별안간 눈물을 흘리더니 누군가 룸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단번에 성준수는 동공이 움츠러들며 서둘러 다가와 성지영을 보호했다. “무슨 일이야? 누가 너를 괴롭혔어!” 성지영이 떨리는 손으로 진초연을 가리키자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서늘한 서리처럼 소름 끼쳤다. 몇 분 후 진초연은 벽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성준수는 성지영의 손을 잡고 활을 당겨 그녀를 겨누었다. “성준수, 정말 저 여자 때문에 나를 또 다치게 할 거야?” 몸부림치며 고개를 든 진초연의 마음은 쓰라린 슬픔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성준수는 차가운 모습만 보이며 예전의 다정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말했잖아. 지영이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 순간 날카로운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진초연의 어깨를 꿰뚫었다. 피가 순식간에 옷을 적셨다. 마치 눈밭에 피어난 커다란 매화꽃 같았다. 잔혹한 절망이 묻어났다. 진초연은 침묵 속에 눈물을 흘리며 슬픔과 고통이 뒤섞인 허탈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러다 성준수가 성지영을 안고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진초연은 피범벅이 된 어깨를 잡은 채 걸어 나왔다.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허둥지둥 그녀를 붙잡았다. “혹시, 진양 그룹 아가씨? 어떻게 여기... 내가 데려다줄까요?” 진초연은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기에 해외 파티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어서 신분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진초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남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초연의 손을 놓아주었고 진초연은 고개를 숙인 채 당부했다. “제 신분은 부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질책이 들려왔다. “진초연, 네가 무슨 신분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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