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여미주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진우진은 어두운 눈동자를 들어 그녀와 마주 보며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 “왜 며칠 동안 답장을 안 하는 거죠?” 육성민과 양태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뭔가 큰 사건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미주의 어투가 한층 더 차가워졌다. “그 문제는 이번 업무 일정과 무관합니다. 제 보고에 이의가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객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진우진의 턱선이 뻣뻣하게 굳어지며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 “일과 무관한 육성민 씨 질문에는 답하면서 내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는 건가요?” 여미주는 그를 차갑게 흘겨보고는 아예 태블릿과 노트북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 진우진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냉담한 여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숨결이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육성민과 양태식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30분 후, 비행기는 이륙했다. 여미주는 이번 비행에서 주로 비즈니스 구역 승객을 담당했는데 이쪽 승객들의 요구사항을 처리하고 승무원 전용 좌석으로 돌아오자마자 무전기가 울렸다. 퍼스트 클래스를 담당하는 승무원 조미연이었다. 여미주가 전화받았다. “왜 그래요?” 조미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무장님, 제 쪽에 좀 까다로운 손님이 한 분 계세요. 기어코 사무장님을 부르라고 고집하면서 제가 아무리 말해도 안 듣고 태도가 아주 단호해요. 얼굴은 잘생겼는데 성격이 왜 이렇게 이상한지 모르겠어요.” 퍼스트 클래스 승객의 요구는 최대한 맞춰줘야 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가 지금 갈 테니 잠깐 나와 교대해요.” “알겠습니다.” 여미주는 안전띠를 풀고 일어나 퍼스트 클래스 객실 문으로 들어섰다. 문 앞에서 잠깐 마주친 조미연이 눈짓으로 좌석 등이 켜진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저 사람이에요.” 여미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가 머리 위 좌석 등을 끄고 우아하고 예의 바르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필요하신 것...” 말이 막혀 나오지 않았다. 여미주의 눈동자가 남자의 부드러운 벚꽃 같은 두 눈과 마주쳤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