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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여미주의 턱을 잡았던 진우진의 손이 풀리고 강한 힘으로 그녀를 밀쳐내어 침대 가장자리에 쓰러뜨렸다. 여미주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진우진은 눈꼬리가 살짝 붉어진 채 짙은 갈색 눈동자에는 차가운 냉소만이 남아 있었다. 온몸을 뒤덮은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쾅!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세차게 닫혔다. 눈가에 안개가 낀 듯 희미해지고 코끝이 시큰해지며 억울함이 밀려왔다. 여미주는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작은 소리로 울었다. 진우진이 적에겐 잔혹한 수단을 쓰며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는 건 익히 들어왔다. 이제 그가 당시 진실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좋은 남편인 척하지 않을 테니 여미주는 그해 진성주의 침대에 기어든 그 여자보다 더 비참한 처지로 될 것이다. “차라리 잘 됐어.” 여미주는 눈물을 훔쳐내고 금세 우울한 기분을 추슬렀다. 그냥 괴롭히도록 두는 게 나았다. 어차피 마음은 문가희에게 향해 있으니 오래 괴롭히지도 못할 거다. 금방 싫증 낼 테니까. 10시간 남짓 지나고 라임 국제공항에서 여미주, 진우진, 배석우, 문가희는 함께 돌아왔다. 여미주는 업무상 상처를 입어 항공부에서 비즈니스 탑승권을 제공했고 나머지 세 사람은 퍼스트 클래스를 탔다. 통로에서 여미주 혼자 수하물 카트를 밀며 절뚝거리자 배석우가 재빨리 그녀를 따라와 짐을 들어주려 했다. 손이 여미주에게 닿기도 전에 시야에 갑자기 한 그림자가 끼어들었다. 마치 높은 벽처럼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듯했다. 진우진이 먼저 여미주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걸음이 왜 이렇게 느려, 달팽이야?” 여미주는 가슴이 쿡쿡 쑤셨지만 꾹 참고 대답하지 않았다. “진우진 씨, 다쳐서 그러는데 좀 다정하게 대해요.” 배석우가 그렇게 말할수록 진우진은 여미주를 더 세게 잡아당기며 걸음을 재촉했다. “본인도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잖아요. 다친 건 다리이고 입도 아닌데 남편에게 안아달라고 애교도 안 부리는 여자를 내가 왜 다정하게 대해야 하는데요?” 은근히 배석우를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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