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심야에 진우진이 욕실로 샤워하러 간 틈을 타 여미주는 서재로 몰래 들어가 드디어 휴대폰을 되찾았다. 또 삼일이 흐른 뒤 여미주는 다시 일에 복귀했고 진우진도 거의 낮에 나가 밤에 돌아왔다. 두 사람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싸울 일이 없는 날들은 여미주는 편안함을 만끽하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 터미널을 나섰다. 길가에는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캐리어를 택시 트렁크에 넣고 뒷좌석 문을 열어 타려고 했다. 아직 자리를 잡기도 전에 남자는 액셀을 밟아 차를 몰고 공항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여미주는 운전석을 쳐다보았고 남자는 선글라스와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수시로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 어디로 가고 싶은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남자는 마치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듯했다. 그녀는 즉시 경계하며 말했다. “갑자기 잊고 온 물건이 생각났어요. 세워주세요.” 운전기사는 못 들은 척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속도도 낮지 않았다. 여미주의 가방에는 비상 망치가 있었고 그녀는 남자의 면전에서 비상 망치를 꺼내 꽉 쥐었다. “다시 멈추지 않으면 창문에서 뛰어내릴 거예요.” 운전기사는 그녀를 힐끗 보았고 차의 속도를 많이 늦췄지만 여전히 차를 세울 생각은 없는 듯했다. “여미주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냥 심부름꾼일 뿐이고 당신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역할을 맡았을 뿐입니다.” 그는 여미주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 이미 공항 밖에서 그녀를 며칠 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차창 밖의 도로 표지판을 관찰하며 물었다.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예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미주는 비상 망치를 들고 창문을 깨려는 자세를 취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즉시 말했다. “녹턴에 갑니다. 당신과 거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사업가도 아닌데 나와 무슨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거지?’ 남자는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경계심과 불신을 놓치지 않고 해명했다. “제 속도로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