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여미주가 깨어나자 진우진이 옷걸이에 걸린 외투 안주머니에서 작고 고급스러운 검은 선물 상자를 꺼내더니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화 풀어. 내 사과야.”
여미주는 열어보지도 않고 쓰레기 버리듯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사용권만 있는 선물 따위 필요 없어.”
진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한테 선물한 거면 당연히 네 거지. 사용권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음대로 해도 돼.”
여미주는 그제야 그를 쳐다봤지만 눈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당신 엄청 가식적인 사람이야. 겉으로는 좋은 사람 코스프레하면서 뒤로는 아주머니를 시켜서 분수를 지키라는 둥, 진씨 가문에서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둥 나한테 경고하게 만들고.”
진우진이 허리를 숙여 선물 상자를 주웠다.
“평소 선물 뜯는 거 제일 좋아했잖아. 진짜 안 볼 거야? 엄청 좋아할 만한 선물일 건데.”
여미주는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옆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아버렸다.
진우진이 선물 상자를 침대 옆 서랍 위에 내려놓았다.
“피곤하면 좀 더 자. 난 서원 그룹 좀 다녀올게. 보고 싶으면 전화하고.”
현재 서원 그룹 CEO가 그의 큰형 진성주였다. 진우진이 서원 그룹에 다니진 않지만 회사 지분 20%를 쥐고 있어 주주총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곤 했다.
심지어 서원 그룹이 애를 먹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전부 진우진이 뒤에서 해결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겉으로는 조용한 것 같아도 사실은 형인 진성주보다 권력이 더 셌다.
전에는 이런 게 다 궁금하고 신기했었는데 이젠 알고 싶지 않았고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애를 낳아야만 이혼해준다던 말이 문득 떠오른 여미주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진우진의 허벅지를 힘껏 걷어차려 했다.
반응이 빠른 진우진이 본능적으로 그녀의 발목을 잡더니 몸을 숙여 종아리에 입을 맞췄다.
여미주는 더 열이 받아 가슴을 걷어찼다.
“꺼져!”
진우진은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웃기만 하다 방을 나갔다.
엔진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여미주는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고 서랍 위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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