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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서로 눈을 마주치자 김태하가 그녀를 향해 웡크했다. 윙크? 잘생긴 남자가 윙크를 하니 강소희는 얼굴을 붉히며 순순히 남자에게로 끌려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두근두근... ‘강소희, 제발 정신 좀 차려. 손만 잡았는데 왜 이러는 거야? 이보다 더 한 일도 했으면서.’ 그 순간, 귓가에서 울리는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보, 경운시로 돌아가면 집안의 돈은 당신이 알아서 관리해. 당신 쓰고 싶은 대로 다 써.” 요즘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자가 돈을 관리하고 남자는 아내에게 돈을 맡기고 있다. 여자는 집안에서 내조를 하고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일반 서민들은 돈을 벌 요령이 없으니 매달 월급은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다. 여자들은 돈을 관리하고 있어도 자기한테는 아까워서 한 푼도 쓰지 않았고 알뜰하게 가정을 꾸렸다. 그렇지 않으면 가끔 돈이 부족할 때도 있었다. 모처럼 물건을 사게 되면 남편들은 아내가 흥청망청 돈을 쓴다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태하의 말은 아내 강소희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그 말을 듣고 강소희는 이내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여보. 내 생각을 해주는 건 당신밖에 없네요.” 애교가 섞인 목소리였지만 100kg가 넘는 체격을 더하니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김태하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당신은 내 와이프야. 당신이랑 결혼한 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였지 당신을 고생시켜려고 그런 게 아니야.” 여자들은 결혼하고 나면 시댁 사람들을 모시고 살아야 했고 집안의 가정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강소희는 감동했고 마음속으로 김태하를 칭찬했다. ‘남자 주인공은 역시 좋은 남자라니까.’ 한편, 두 사람은 여인들의 앞을 지나가면서 그들에게 눈빛조차 주지 않았다. 뒤에서 남을 욕하다가 걸리면 난처해지니까... 여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빛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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