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김태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촌 마을로 돌아온 두 사람은 먼저 보건소에 가서 의사를 찾아 상처를 치료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강소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실수로 수레에서 떨어졌어요.”
박동구는 의술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넘어진 상처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강소희의 상처는 넘어진 것이 아니라 얻어맞은 것이었다.
박동구의 눈빛이 김태하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 어르신의 위압적인 눈빛에 김태하는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강소희를 잘 지키지 못한 것이 남편으로서 실직이라고 생각했다.
박동구는 강소희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김태하에게 맞은 거라고 오해했다.
김태하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박동구는 같은 마을 사람의 편이었고 그는 강소희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 왔었다. 박동구와 강소희의 할아버지는 사이가 꽤 좋았고 자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는 상처를 소독해주면서 강소희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소희야. 억지로 비틀어 놓은 참외는 달지 않아. 때로는 놓아주는 것도 행복이다.”
그 당시, 강준호가 김태하를 협박해서 강소희와 결혼하게 했을 때, 박동구는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태하가 평생 이 가난한 마을에서 살면 모를까... 아무리 강소희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친정이 있으니 여기 있으면 강소희가 시련을 겪은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김씨 가문은 경운시로 돌아갔고 강소희도 함께 간다면 행복하지가 않을 것 같았다.
박동구의 말을 강소희도 알아들었고 김태하도 알아들었다.
김태하는 이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길에서 강소희가 한 당부를 떠올리며 결국 말을 삼켜버렸다.
강소희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그녀는 박동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하면서 박동구를 치켜세웠다. 사람들은 누구나 듣고 좋은 말을 좋아했고 나이가 든 박동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강소희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 상처에 물을 대지 말고 몸조리를 잘하라고...
보건소를 떠날 때 시간은 이미 많이 늦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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