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장모님, 그런 말씀 마세요. 소희랑은 앞으로도 같이 살아야 하는데, 이 자전거는 제가 소희에게 주는 예물이라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 10만 원도 예물이에요.”
김태하는 손에 남은 돈을 세어 따로 떼어 허미경에게 내밀었다.
차라리 가진 걸 몽땅 주고 싶었지만 두 사람은 곧 경운시로 돌아가야 하니 손에 한 푼도 남기지 않을 수는 없었다.
허미경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 돈을 받아 들었다.
순간, 모녀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강소희는 눈을 깜빡였다.
‘이 사람, 약이라도 잘못 먹은 건가?’
본래 두 사람의 혼인은 몸주인 집안의 압박 때문이었다. 그 무렵 김씨 가문은 하방 조치로 가진 것 하나 없었고 예물 같은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예물이라니?
설마 이미 한 번 같이 잠을 잤다는 이유로 미련이 남아 또 욕심을 부리는 건가? 그래서 친정에도 성의를 보이는 걸까?
그 생각에 강소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몸주인 집안의 꼴을 보라지. 여자 눈에도 정 떨어지는 판인데,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터였다.
게다가 그녀는 이 책 속 여주인공도 아닌, 금세 퇴장할 들러리 역에 불과했다. 더 생각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태하야,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허미경은 말을 더 잇지 못하다가, 김태하의 눈빛 속 단단한 의지를 보고 머뭇거리며 남편을 불렀다.
“여보, 이걸 좀 봐요.”
마당에 있던 강준호도 얼핏 소리를 들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몰랐다. 아내의 말을 전해 듣자 금세 얼굴빛이 달라졌다.
허미경은 선뜻 받기가 어려워 망설였으나, 강준호는 오히려 기쁜 얼굴로 흔쾌히 예물을 받아들었다.
사실, 강소희와 김태하의 혼인은 그야말로 70년대식이었다. 그 시절, 결혼이라 하면 예물로 자전거, 손목시계, 재봉틀, 라디오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이걸 모두 갖춘 집은 드물었고 그중 한두 개만 있어도 부러움을 샀다.
이번에는 자전거에다 10만 원까지 얹어 주었으니 강준호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강준호는 순간 허리가 절로 펴지는 듯했다. 사위에게 늘 마음이 미안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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