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그런데 막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 김태하가 그녀보다 한발 먼저 반응했다. 그는 곧장 손을 뻗어 강소희의 어깨를 꾹 눌렀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조용히 막아섰다.
“그냥 앉아 있어.”
남자인 자기가 잠깐 서 있는 게 대수인가 하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본 강소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주화영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보셨죠, 제가 일부러 안 비켜드리는 게 아니라 아드님이 못 일어나게 막아서요.’
하지만 그런 강소희의 표정은 주화영에게 도발처럼 느껴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꽉 막히는 듯 답답해진 그녀는 한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만약 이곳이 버스 안이 아니었고 주위에 사람이 이토록 많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강소희를 단단히 붙잡아 몇 마디 쏘아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주화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애써 눌러야 했다.
한편, 그 팽팽한 긴장감을 김태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강소희가 살짝 웃는 걸 보고는 그저 따라 미소를 지었다.
만약 강소희가 지금처럼 통통한 체형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 사이의 눈빛 교환은 꽤 로맨틱한 분위기까지 풍겼을지도 몰랐다.
고작 10여 분 정도였지만 주화영에게 그 짧은 시간은 마치 한 세기가 지난 듯한 고통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버스에서 뛰듯이 내려갔고 그 어떤 말 한마디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소희는 시어머니의 그 불편한 기색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오히려 김태하와 나란히 걸으며 느긋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김태하 역시 어머니의 어색한 태도를 모를 리 없었지만 당장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강소희는 머나먼 지방에서 홀로 시집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남편인 자신마저 등을 돌린다면 그녀는 설 곳이 없어진다.
김태하는 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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