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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안에 5000원 정도 들어 있어. 내가 평소에 모은 거니까 잘 챙겨. 김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말고. 경운시에 못 있겠다 싶으면 이 돈으로 차표 사서 집으로 와.” 허미경의 목소리는 꽉 막혀 나왔다. 약을 쓴 건 자기들이 잘못한 일이고, 사위는 너무 훌륭했다. 예전이야 그렇다 쳐도, 경운시로 돌아가면 더 좋은 아가씨를 만나 딸을 버리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김태하는 사람됨이 좋다, 믿을 만하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사람 마음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 자리에 자신을 대입해 보니, 주화영 입장이라면 며느리에게 좋은 얼굴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소희가 봉투를 열자 동전이 수두룩했다. 가장 큰 건 천 원짜리 한 장, 거기에 동전 한 움큼이 더 있었다. 어쩐지 봉투가 도톰했다. 이 흩어진 동전 한 줌이 그녀 손에 쥐어지자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뚝, 뚝... 손등에 떨어진 눈물 자국이 번지며 마치 피부를 뚫고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듯했다. 이 돈을 모으느라 엄마가 얼마나 애썼을지 눈에 선했다. 강씨 가문은 뼛속까지 농사꾼이라 밭에서 먹고 사는 시골 사람들이다. 1년에 4만 원 정도도 못 벌 때가 많았다. 이 돈은 엄마가 온 집안의 이빨 사이에서 긁어모은 돈이었다. 눈물이 시야를 흐렸다. 강소희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참 만에 말을 짜냈다. “엄마, 이 돈은 제가 받을 수 없어요.” 그러면서 봉투를 엄마 손에 밀어 넣었다. 엄마가 안 받을까 봐 강소희는 넌지시 달랬다. “태하 씨 사람 정말 좋아요. 저를 굶게 두지 않을 거예요. 김씨 가문 식구들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경운시에 가면 저는 편하게 지낼 거예요.” 설령 김씨 가문이 없어도, 40년 앞선 생각을 가진 자신이라면 기회가 널린 80년대에 얼마든지 삶을 일구어 갈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남주는 인색한 사람도 아니었다. 이혼을 할 때 그렇게 미워하던 원작의 강소희에게 재산 20%를 주겠다고 했던 사람인데 말이다. 허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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